윤미정 작가는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인형에 대한 기억을 회화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서양화가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결핍의 기억은 세월이 흐른 뒤 캔버스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작가의 대표 연작인 ‘Memory’ 시리즈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예술로 마주하고, 색채와 이미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윤미정 작가는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개최되는 ‘ART SHOPPING PARIS 2026’을 계기로 한국 현대미술의 감성과 치유의 메시지를 세계 관람객에게 전할 예정이다.
![]() [코리안투데이] 어린 시절 결핍의 기억을 현대미술로 승화한 윤미정 작가의 ‘Memory’ 시리즈 |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막내로 자란 윤미정 작가는 어린 시절 언니들이 아끼던 인형을 바라보며 남몰래 부러움을 품었다. 갖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선뜻 사달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당시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성인이 된 그는 어린 시절 채우지 못했던 마음을 인형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장난감이었던 인형은 이제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 위로를 상징하는 예술적 소재가 됐다.
윤미정 작가의 ‘Memory’ 시리즈에는 낡은 테디베어와 오래된 축음기, 다양한 인형이 등장한다. 화면의 배경에는 장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낙서풍 이미지와 팝아트적 요소가 어우러진다. 과거에 직접 제작했던 작품 이미지를 콜라주 방식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화려한 색채와 오래된 사물이 공존하는 화면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만나는 공간이다. 익숙한 인형의 모습은 관람객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 [코리안투데이] 인형과 팝아트, 색채의 상징성이 어우러진 독창적인 회화 세계 © 김현수 기자 |
작가는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를 성인이 되어 그림으로 스스로 치유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인형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결핍을 마주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작가 노트에도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나의 기억이 당신의 기억과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결핍을 메우는 완전한 위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회화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윤미정 작가가 본격적으로 전업 화가의 길에 들어서기까지는 약 3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주부로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고, 이후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코리안투데이] 윤미정 작가,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인형의 기억을 ‘Memory’ 시리즈로 승화 |
전환점은 언니와 함께 도전한 나혜석미술대전이었다. 두 차례 입선을 경험하며 작품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며 전문적인 창작 역량을 쌓았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수업을 들었다. 밤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학원 재학 중 특선을 받으면서 화가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더는 직장을 다닐 수 없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선언했어요. 나는 오로지 그림만 하고 싶다고”라고 말했다. 50대 후반에 내린 결단이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오히려 오랜 삶의 경험은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밑거름이 됐다. 가족과 일상에서 축적된 기억은 작가만의 서사로 발전했다.
![]() [코리안투데이] 결핍에서 치유로… 색채와 팝아트로 풀어낸 독창적인 현대미술 세계 © 김현수 기자 |
예술을 향한 열정의 뿌리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자리하고 있다. 생전에 극장 간판을 그렸던 아버지는 윤미정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작업이 막히거나 어려움을 느낄 때면 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는 “어렵고 막힐 때 아버지한테 기도하면 모르게 에너지가 넘쳐요”라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윤미정 작가의 작품에서 색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핑크를 사랑, 빨강을 열정, 보라를 상처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각각의 색은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표현하는 회화적 언어다. 그는 색채가 관람객의 감정을 환기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철학은 ‘Memory’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다.
![]() [코리안투데이] 2026 파리 아트쇼핑 국제아트페어를 계기로 세계 무대에 전하는 공감과 위로 |
작업 과정에서도 감정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을 틀고 차를 마시며 작업실 분위기를 정돈한 뒤 붓을 든다. 그는 “공간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예 못해요.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높은 약 4시간을 작품 제작에 활용한다. 완성된 작품의 색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도 그의 창작 활동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윤미정 작가는 작품을 소수의 수집가만을 위한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예술이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위로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있는 사람만의 소유가 아니라 누구나 그림을 통해 내면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려는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2024년부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품을 소개하며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온라인에서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반응을 보내고 공감하는 과정도 작가에게 새로운 동기가 됐다. 전시장에서의 만남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리려는 노력이다.
해외 활동 역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작가가 제공한 활동 이력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마이애미 RED DOT 아트페어와 LA ART SHOW 등에 참여했다. 2026년 활동 이력에는 LA ART SHOW, 일본 요코하마 국제아트페스티벌, 화랑미술제 등도 포함돼 있다. 개인전 8회와 초대전 및 단체전 55회라는 전시 경력은 오랜 시간 이어온 창작 활동의 결과다.
![]() [코리안투데이] 2026 파리 아트쇼핑 국제아트페어에서 펼치는 예술적 도전과 K-Art의 새로운 가능성 © 김현수 기자 |
특히 2026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열리는 ‘ART SHOPPING PARIS 2026’은 윤미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국제 관람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무대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 아트페어로, 예술가와 관람객, 미술 애호가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윤미정 작가의 ‘Memory’ 시리즈가 지닌 개인적 기억과 보편적 공감의 메시지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주제로 주목된다.
윤미정 작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예술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언니와 함께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며 전시와 해외 아트페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로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는 가족의 존재는 지속적인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작가는 해외 전시 경험을 돌아보며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과 관람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작품을 통해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동판 작업에서도 전문성을 쌓고, 장기적으로는 예술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작품 판매나 전시 성과를 넘어 예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미정 작가에게 그림은 과거를 지우는 수단이 아니다. 오래된 기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인형들은 이제 화려한 색채의 캔버스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작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작품 앞에 선 관람객 각자의 기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핍을 창작의 에너지로 바꾸고, 기억을 위로의 언어로 확장해 온 윤미정 작가. 파리 아트쇼핑 국제아트페어를 향한 그의 도전은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다양한 감성과 서사를 해외에 소개하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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