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난청 어린이 토리가 투표소 문 앞에서 사각거리는 투표용지 소리를 듣는다.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소리요정 루루가 열어주는 세계 속에서 토리는 어른들의 한 표가 어떤 소리로 완성되는지 먼저 배운다. 신간 그림책 ‘토리의 귀에 쏙쏙 투표소 소리 대모험’은 그렇게 민주주의의 첫걸음을 아이의 귀높이에서 그린다. 부제는 ‘소리요정 루루와 함께 배우는 첫 투표소 소리 여행’이다.
선거철이 되면 어린이 대상 시민교육 콘텐츠가 늘어난다. 대개 투표 방법이나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만, 이 책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사각사각 도장 찍는 소리, 툭 하고 투표함에 떨어지는 소리, 가족의 발걸음 소리처럼 투표소를 채우는 작은 소리들을 통해 낯선 공간을 감각으로 먼저 이해시킨다. 여기에 난청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장애 이해교육까지 한 서사 안에 겹쳐 놓았다. 그림책이 다양성과 포용을 소재로 삼는 국내외 흐름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나오는 성인 대상 유권자 안내서와 달리, 투표권이 없는 나이의 독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도 이 책의 자리를 좁게 만든다. 해외에서도 어린이에게 투표소를 직접 보여주거나 모의 투표를 체험시키는 시민교육이 꾸준히 소개돼 왔는데, 이 책은 그 경험을 그림책이라는 형식 안으로 옮겨온 셈이다.
목차는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에 이어 다섯 개 장으로 짜였다. ‘요술 귀와 비밀 친구’로 시작해 투표하는 날 가족이 집을 나서는 장면, 투표소 앞에서 듣는 신기한 소리, 사각거리고 툭 떨어지는 민주주의의 작은 소리를 거쳐 ‘나도 멋진 어른이 되어 꼭 투표할래요’로 마무리된다. 등장인물은 호기심 많은 다섯 살 토리, 보청기를 의인화한 소리요정 루루, 자상한 미소의 엄마 엘라, 구릿빛 피부의 늠름한 아빠 네오 넷이다. 삽화는 수채화 기법으로 완성됐다.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나이의 아이가 문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설정이 이 책의 축이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가족이 함께 읽으며 투표일 아침 나들이 삼아 곁들이기 좋은 분량과 구성이다. 지승주 작가는 앞서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 등 토리·루루 시리즈를 펴내 왔으며, 이번 책은 그 다섯 번째 여정에 해당한다. 매번 다른 공간의 소리를 주제로 삼아온 시리즈의 축적이 이번 투표소 편에서도 이어지며, 청각장애 아동을 포함한 모든 독자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도록 설계된 점도 시리즈 전반의 일관된 원칙이다.
미리보기에는 “토리의 귀 옆에는 난청을 도와주는 귀여운 소리요정 루루가 항상 함께한답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어 “엄마 엘라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토리의 손을 잡았어요. 오늘은 온 가족이 함께 투표하러 가는 날이야”라며 가족의 외출이 시작된다. 짧은 문장을 행갈이로 늘어놓고 수채화 삽화를 곁들인 이 도입부는 본문 전체의 호흡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음 권에서 토리가 어떤 공간의 소리를 새로 만나게 될지가 시리즈 독자들의 관전 포인트다.
‘토리의 귀에 쏙쏙 투표소 소리 대모험’은 지승주·JIAN 저, WIA Book이 2026년 7월 13일 펴냈다.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온라인에서 서비스된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https://wiabook.com/books/toriui-gwie-ssokssok-tupyoso-sori-daemoheom-ko/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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