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을 가진 다섯 살 소년이 보청기 요정과 함께 서울시청 지하 비밀방에서 세계의 소리를 만나는 그림책이 나왔다. “토리의 서울시청 나들이”는 소리를 듣는 방식이 다른 아이도 얼마든지 소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림과 대화로 보여준다.
국내 유아 그림책 시장에서 감각 체험형 콘텐츠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었다. 촉각과 청각을 활용한 그림책, 장애 이해 교육을 담은 창작 동화가 잇따라 나오는 흐름 속에서 이 책은 청각 재활 현장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로 옮겼다는 점에서 다르다. 국외에서도 보청기·인공와우를 쓰는 주인공을 내세운 그림책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 책은 서울시청이라는 구체적 장소와 한강이라는 지역색을 접목해 국내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 저자가 18년 넘게 보청기 전문가로 만난 아이들의 목소리가 캐릭터 설정과 대화 속에 그대로 스며 있고, 소리를 듣는 감각을 놀이로 풀어내는 방식은 유아 대상 감각 교육 콘텐츠가 나아가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책은 5부로 나뉜다. 1부 ‘설레는 출발’에서 토리와 아빠 네오, 엄마 엘라가 집을 나서고, 2부 ‘신나는 소리 놀이터’와 3부 ‘내가 만드는 한강의 물결’에서 서울시청 지하 비밀방과 한강 물결 소리를 손으로 직접 만들어본다. 4부 ‘전 세계 소리가 딩동댕’은 세계 각지의 소리를 탐험하는 장이고, 5부 ‘우리 가족의 소리 정원’에서 가족만의 소리 정원을 완성하며 이야기가 닫힌다. 본문 앞뒤로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짰다.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짧은 대화체 문장이 이야기를 이끈다. “루루야 오늘 어디 가?” 토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귀 옆에서 노란빛으로 반짝이는 소리요정 루루가 “오늘은 서울시청 지하 비밀방에 갈 거란다”라고 답한다. 구릿빛 피부의 늠름한 네오 아빠가 그 말을 거들고, 엄마 엘라가 토리의 손을 잡으며 웃는 장면으로 첫 여정이 시작된다. 짧고 리듬감 있는 문장은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도 소리 내어 따라 읽을 수 있게 짜여 있다. 보청기를 낀 아이와 그 가족, 난청에 익숙하지 않은 또래 아이들 모두를 독자로 겨냥했다.
이야기 속 토리는 남들과 조금 다른 귀를 가졌지만, 그 다름을 숨기지 않는다. 보청기는 토리에게 세상의 소리를 들려주는 친구로 그려진다. 서울시청 지하에서 시작한 여정은 한강의 물결 소리, 세계 각지의 소리를 거쳐 가족만의 정원으로 이어지며, 소리를 듣는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가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서울시청이라는 익숙한 공간 지하에 비밀방을 설정한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도시 곳곳에 소리의 모험이 숨어 있다는 감각을 심어준다. 부모 세대에게는 자녀의 보청기 적응 과정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 창구가 된다.
다음 권에서 토리와 루루가 또 어떤 도시, 어떤 소리를 찾아갈지가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다. 저자는 앞서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을 통해 토리 시리즈를 이어왔고, 이번 서울시청편으로 무대를 넓혔다. “토리의 서울시청 나들이”는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전자책(EPUB3, PDF)으로 출간했으며 정가는 15,000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toriui-seoulsicheong-nadeuli-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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