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장애도 없다는 이유로 이름조차 받지 못하는 소년이 있다. 박선영 장편소설 『카논의 아이』는 결핍이 자격이 되고 온전함이 결격이 되는 세계를 통해 사람의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다시 묻는다. 부제 ‘미완의 이름이 완성되는 이야기’는 이 소설이 결국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압축한다.
국내 청소년·성장 판타지는 그동안 선악 구도의 모험담이나 능력을 얻고 성장하는 서사에 무게를 둬 온 경향이 짙었다. 최근 몇 해 사이 장르 안에서도 장애·차별·소수자 서사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 늘며 결이 달라지는 흐름이 감지된다. 세계 각지의 아동·청소년 문학 역시 다름을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 왔다. 『카논의 아이』는 그 흐름의 한 축에서, 상상의 세계관을 빌려 현실의 차별 구조를 낯설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야기는 ‘미완의 이름’으로 문을 열어 ‘표식 없는 아이’, ‘노을 앞의 루’, ‘달빛이 숨긴 아이’를 지나며 루의 세계를 한 겹씩 넓혀 간다. 5장 ‘다른 소리를 듣는 아이들’부터는 저마다 다른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등장해 루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오두막에서’와 ‘나를 찾아나서다’를 거치며 이들의 연대가 서사의 중심으로 옮겨 온다. 각자 다른 이유로 세계의 기준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대목은 이 소설이 단순한 우정담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떨어져 내리는 바닥’과 ‘추락’에 이르러 루가 마주하는 위기는 이 소설이 손쉬운 화해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선영 작가는 본편에 앞서 저자 소개와 인물 소개를 배치해 독자가 세계관과 등장인물을 먼저 파악한 뒤 이야기에 들어서도록 설계했다. 아홉 장으로 이뤄진 본편을 마친 뒤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창작의 배경을 독자에게 직접 전한다. 판형 A5, 목차 기준 총 109쪽 분량의 구성은 단숨에 완독할 수 있는 길이로 이야기의 밀도를 유지한다.
『카논의 아이』는 장애를 소재로 하되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쪽을 택한 소설이다. 판타지 세계관에 익숙한 청소년 독자는 물론, 차별과 우정을 다룬 성장소설이나 힐링소설을 찾는 성인 독자에게도 무난히 가닿을 만한 구성이다. 장애 인식과 다양성이라는 화두를 무겁게 설파하는 대신 인물들의 관계 안에 녹여 낸 점도 이 작품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직접 내세우지 않고도 그 무게를 전달하는 방식이 이 소설의 화법에 가깝다.
장애를 결함이 아니라 하나의 조건으로 다루는 서사는 해외 아동·청소년 문학에서도 꾸준히 늘어 온 주제다. 국내 판타지 장르에서 이 소재를 세계관 설정 자체에 심어 넣어 정면으로 끌어온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는 점에서, 『카논의 아이』의 접근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디스토피아적 규칙을 배경에 깔면서도 인물 개개인의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가 소설 곳곳에서 확인된다. SF적 세계관과 감성 판타지의 문법을 함께 쓰는 구성 역시 이 작품을 하나의 장르로 단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설이 던지는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루가 끝내 이름을 얻는 방식이 개인의 인정투쟁으로 끝나는지, 세계의 규칙 자체를 흔드는 데까지 나아가는지가 첫째다. 5장 이후 등장하는 아이들의 연대가 결말까지 지속되는지, 그 연대가 루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둘째다. 『카논의 아이』는 박선영 작가가 쓰고 WIA Book이 2026년 8월 1일 전자책(EPUB2, EPUB3, PDF)으로 선보이며, 정가는 6,000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kanonui-ai-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스마트폰의 WIA Code 스캐너로 이 화면을 약 33초 비추면 기사 전체가 폰에 저장됩니다 — 인터넷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스캐너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