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토리는 처음 만난 보청기를 차가운 기계로 여기고 밀어낸다. 엄마가 반짝이는 작은 상자를 내밀며 그것을 ‘소리 요정 루루’라 불러주는 순간부터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그림책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는 난청 아동이 보청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무서운 의료 기기를 견디는 서사가 아니라 새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로 다시 쓴다. 시계의 째깍 소리, 찌개 끓는 소리, 엄마의 목소리가 차례로 되돌아오는 그 여정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따라간다.
국내 장애 이해 교육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시혜적 시선을 걷어내고 아동 당사자의 감각 경험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쪽으로 흐름을 바꿔왔다. 청각 재활 분야에서도 보청기 착용을 미루지 않고 아이가 정서적으로 먼저 받아들이도록 돕는 자료의 필요성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착용 초기의 거부감과 두려움을 다루지 않으면 정작 청능 훈련이 뒤로 밀린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림책이라는 형식은 이 정서적 진입 장벽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낮추는 도구로 쓰인다. 지승주 작가는 이 문제의식을 그림 하나, 대사 한 줄 단위로 압축해 유아용 그림책 한 권에 담았다.
본문은 ‘조용한 세상은 무서워요’ ‘안녕? 마법 요정 루루!’ ‘세상의 소리가 노래해요’ ‘밖으로 나간 소리 박사 토리’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다섯 장, 열두 개 장면으로 이어지며 앞뒤로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했다. 호기심 대장 토리가 낯선 상자를 거부하다 용기를 내 귀에 넣는 장면에서 시작해, 소리 요정 루루와 함께 집 안과 숲, 공원으로 나가며 세상의 소리를 하나씩 되찾는 순서로 구성했다. A5 판형에 EPUB3·PDF 두 형식의 전자책으로 서비스한다.
타깃 독자는 보청기를 새로 착용했거나 착용을 앞둔 유아와 그 부모, 통합교육 현장의 교사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루루는 ‘토리의 귀에 쏙 들어가 세상의 소리를 전해주는’ 존재로 그려지며, 의료 기기가 아니라 힘들어할 때 옆에서 다독여주는 동행자로 설정된다. 무서움과 낯섦을 먼저 인정하고 그다음 용기를 그리는 순서 자체가, 보청기를 마주한 아이에게 부모가 건넬 수 있는 언어를 함께 제공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통합학급에서 또래에게 난청과 보청기를 설명할 때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사 구조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리보기에서 엄마는 낯선 상자를 내밀며 말한다. “토리야, 이건 너를 도와줄 친구 루루야.” 울며 숨던 토리가 용기를 내 귀에 넣자 들려오는 첫마디는 소박하다. “쉿, 들리니? 보글보글, 엄마가 끓이는 맛있는 찌개 소리야.” 거창한 사건 대신 일상의 소리 하나하나를 되찾는 데 집중한 서술이 이 책의 결을 보여준다. 지 작가는 앞서 토리 시리즈로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을 펴냈고, 이번 책은 그 연장선에서 보청기 적응이라는 더 근원적인 장면으로 돌아간다. 같은 주인공을 반복해서 등장시키는 방식은 어린 독자가 토리를 낯익은 친구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 그림책이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읽히는가다. 보청기를 처음 만난 아이 앞에서 부모가 이 이야기를 어떤 언어로 옮겨 들려주는지, 통합학급에서 또래 아이들이 난청을 이해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는지가 다음 단계의 관찰 대상이다.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는 지승주 지음, A5 판형에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9일 출간했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deulrini-mabeopui-sori-chingu-ko/ 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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