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롤, AI 시대에 다시 꺼낸 필름 카메라와 기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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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퍼스트 롤은 사진과 인공지능, 그리고 지나간 기억을 연결해 오늘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단편영화다. 이주연 감독의 첫 단편 연출작인 <퍼스트 롤>은 제13회 인천독립영화제 인천 섹션 1 상영작으로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현실과 타협하며 사진 대신 AI 외주 작업을 하는 승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퍼스트 롤>은 2026년 제작된 18분 분량의 극영화다. 영화제 프로그램북에 따르면 작품은 8월 27일 오후 7시 20분 영화공간주안 4관에서 열린 인천 섹션 1에 편성됐다. 상영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인 GV도 마련됐다. 제13회 인천독립영화제는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영화공간주안에서 열렸으며, 인천독립영화협회와 영화공간주안이 주최와 주관을 맡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게시된 영화제 공모 안내에서도 같은 일정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승지는 자신이 좋아했던 사진 작업에서 조금씩 멀어진 인물이다. 그는 사진 대신 AI 외주 작업을 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이어간다. 반면 연인 우현은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승지는 그런 우현을 바라보며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낀다. 어느 날 우현의 인터뷰에 사용할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낸다.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미현상 필름을 발견한다. 필름은 승지를 과거의 한 순간으로 데려간다. 그는 은수와 함께했던 첫 출사를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다시 바라본다.

퍼스트 롤이 눈길을 끄는 지점은 AI를 단순히 기술적 소재로만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북에 담긴 시놉시스에서 AI는 승지가 현실과 타협하며 선택한 일로 제시된다. 반대로 필름 카메라는 잊고 있던 경험과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매개가 된다. 작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단순하게 대립시키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과거와 다시 접속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주연 감독은 연출 의도를 통해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미래를 기대하는 방식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자신은 과거의 시간을 지나 도착한 결과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도 지나온 시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메시지는 미현상 필름이라는 소재와 맞물린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필름처럼 기억 역시 다시 들여다보는 순간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해석은 작품의 연출 의도와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한 기사적 분석이며, 프로그램북에 명시된 사실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퍼스트 롤은 창작자에게 익숙한 고민도 담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거리는 많은 청년 창작자가 마주하는 문제다. 영화 속 승지도 사진이라는 자신의 영역과 현실적인 노동 사이에서 흔들린다. 여기에 가까운 사람의 성취를 바라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더해진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을 거대한 사건보다 필름 카메라와 오래된 기억이라는 작은 계기를 통해 풀어간다.

이주연 감독은 2001년생으로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를 졸업했다. 프로그램북은 <퍼스트 롤>을 이 감독의 첫 번째 단편영화 연출작이라고 소개한다. 감독과 각본, 편집을 이주연 감독이 맡았다. 강민주, 남영서, 위성웅이 출연했으며 노승주가 프로듀서를 담당했다. 민유경 조감독, 김찬유 촬영과 조명, 김재환 녹음, 강미승 음악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제13회 인천독립영화제는 인천 지역 영화인과 시민을 연결하는 독립영화 플랫폼의 성격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고에 따르면 인천 섹션은 주요 제작진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인천 연고자인 작품을 대상으로 구성됐다. 영화제는 인천 섹션 관객상인 점박이물범상 등 관객 참여형 시상도 운영했다. 인천독립영화협회 역시 영화제가 독립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창구로 자리해 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퍼스트 롤은 빠르게 변하는 제작 환경 속에서 창작자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다시 꺼내 볼 것인지 질문한다. AI 외주와 필름 카메라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가 한 인물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이주연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 번 찍은 필름이 현상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듯, 지나간 시간이 현재의 선택을 다시 비추는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제13회 인천독립영화제 관련 공식 채널과 프로그램 정보는 인천독립영화협회 공식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독립영화협회 공식 안내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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