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브릿지] 제4권 · 제24장 · 광저우 새벽 밥상과 광주 한정식, 제가 두고 온 질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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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새벽 여섯 시, 광저우 홍교가도(洪桥街道)의 장자반당(长者饭堂)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줄 맨 끝에 서서 앞선 할머니 한 분이 대나무 찜통 뚜껑을 여는 순간의 하얀 김을 오래 기억합니다. 그날 아침 저는 취재수첩보다 먼저 젓가락을 들었고, 그 밥상 앞에서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 하나를 얻었습니다 — 이름이 같은 두 ‘광주’는 왜 노년의 한 끼를 이렇게 다르게 차렸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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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홍교가도 장자반당의 영양사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清晨一壶茶,不用找医家” — 아침에 차 한 주전자를 마시면 약을 찾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장자반당의 딤섬은 싸구려가 아니라 오래 살기 위한 설계”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저는 왜 이 급식소가 새우교자와 샤오마이를 5위안에 내놓는지, 왜 굳이 얌차 문화를 그대로 옮겨왔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광둥인들에게 은퇴 이후의 하루는 “叹一盅两件” — 차 한 잔과 점심 두 접시를 즐기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취재를 위해 챙긴 숫자들을 다시 꺼내 봅니다. 2025년 기준 광저우에는 장자반당이 1,407곳, 지난 한 해 배식된 끼니는 1,300만 끼, 이 급식을 이용한 노인은 17만 2천 명이 넘습니다. 60세 이상 광저우 호적 노인은 시 재정에서 1끼당 3위안을 지원받고, 화두구처럼 형편이 되는 구는 1위안을 더 얹어 4위안까지 지원합니다. 설계 원칙도 명확합니다. 도심에서는 걸어서 15분, 외곽에서도 25분 안에 반드시 한 곳의 장자반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밥이 복지가 아니라 도시의 배관처럼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주에 저는 광주 무등산 자락의 보리밥집에 앉아 있었습니다. 등산을 마친 노부부가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보리밥 한 상을 받는 모습이었죠. 남도의 5味라 불리는 한정식, 오리탕, 육전, 송정떡갈비, 무등산 보리밥은 광저우의 찜통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30가지 반찬이 오르는 한정식 한 상은 어버이날이나 회갑, 팔순 같은 날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오는 무대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의 고령화율은 이미 18%를 넘어섰고 전남권까지 합치면 호남 전체가 초고령사회 문턱에 서 있는데도, 이 도시의 실버 식문화는 공공 급식소가 아니라 여전히 이런 사적인 상차림이 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두 밥상을 나란히 놓고 보니 제 눈에 들어온 건 조리법의 차이가 아니라 밥상이 놓인 자리의 차이였습니다. 광저우의 밥상은 매일 아침 도시가 차려 주는 밥이고, 광주의 밥상은 1년에 몇 번 자식이 차려 드리는 상입니다. 하나는 저염·저지방의 ‘少盐少油低脂’ 원칙 아래 노년의 저작과 소화 기능을 배려한 인프라이고, 다른 하나는 간이 세고 발효음식이 넘치더라도 접대와 효라는 서사를 담은 문화입니다. 저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광주에는 점점 ‘매일의 밥’이 필요해지고 있고, 광저우에는 ‘정(情)의 상’이 그리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 대비는 단순히 두 도시의 취향 차이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광저우는 2016년 첫 장자반당을 연 이후 10년 만에 전 구·전 가도·전 촌·전 사구를 촘촘히 덮는 공공 인프라를 완성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 수령개시연령을 65세로 맞추기 위한 정년연장 논의조차 여전히 공회전 중이고, 노인 급식은 경로당과 복지관의 무료급식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구 구조가 비슷한 속도로 늙어가는데도 제도가 밥상까지 내려오는 데는 이렇게 다른 시간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이 챕터를 쓰게 만든 진짜 이유였습니다.

취재수첩을 다시 넘기다 보니 제가 놓쳤던 구절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장자반당을 관리하는 광저우 민정국 담당자는 저에게 “묻지 않아도 온다(不问自来)”는 표현을 썼습니다. 신청서를 쓰지 않아도, 자격을 증명하지 않아도 60세가 넘으면 그냥 걸어 들어와 밥을 먹을 수 있게 설계했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며 한국의 노인 급식이 여전히 ‘취약계층 증명’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1인 가구 고령자 비율은 이미 35%를 넘습니다. 반면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3억 명을 돌파했지만 광저우처럼 촘촘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는 아직 소수라는 점도, 취재를 거듭할수록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이 두 밥상을 취재하면서 제 자신에게 여러 번 물었습니다. 제도가 사람을 찾아가는 것과 사람이 제도를 찾아가는 것,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진짜 핵심이 아닐까 하고요. 광저우의 ‘묻지 않아도 온다’는 원칙이 모든 나라에 그대로 옮겨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증명해야 받을 수 있다’는 문턱을 낮추는 상상만큼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걸어서 15분 안에, 매일 아침 김이 오르는 밥상이 있다면 어떨까요. 반대로 광저우의 노인들에게 1년에 한 번 자식이 손수 차려주는 한 상이 놓인다면 그 식탁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저는 두 도시가 서로의 부족함을 나눌 시간이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저염·연하 조리 기술과 광저우의 1,407개 공공 급식 플랫폼이 만난다면, 그 자리에서 아주 실용적인 ‘한중 실버 미식’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디지털 실버」 제24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광저우 장자반당의 하루 운영 방식과 광주 한정식 상권의 구조를 나란히 취재한 기록, 그리고 두 도시의 노년 밥상을 가르는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더 촘촘히 실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4-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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