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오후 세 시, 저는 강화 어느 면 소재지의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습니다. 열람실이라고 해봐야 서가 네 줄에 탁자 두 개가 전부인 곳입니다. 창가 쪽 구석에 컴퓨터 두 대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에 할머니 한 분이 접힌 종이를 들고 서 계셨습니다. 손주가 문자로 보내준 서류를 한 장 뽑아야 하는데 화면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까지는 왔는데, 이다음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그 말이 며칠째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면 도서관 구석의 컴퓨터 두 대 © 장형임 칼럼니스트 |
사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그 컴퓨터 두 대는 아침마다 켜둔다고 했습니다. 인터넷도 되고 프린터도 연결돼 있고, 사용료도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아무도 앉지 않는 날이 더 많다고 합니다. 화면 옆에는 사용법 안내문이 코팅돼 붙어 있었지만, 안내문은 사람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장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옆에 앉아 같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비어 있는 자리였습니다.
얼마 전 인천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가 2026년 8월 25일 남동구 백범로 357 한국교직원공제회 인천회관 3층에 ‘인천 ICT콤플렉스’를 열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ICT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의 거점입니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를 배우고 싶은 시민이 찾아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두 번 읽었습니다.
다만 지도를 함께 펴놓고 보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인천 ICT이노베이션스퀘어는 거점 한 곳과 교육장 두 곳으로 구성되는데, 교육장은 미추홀구와 남동구에 있습니다. 강화군과 옹진군에는 시설이 없습니다. 이 사업에는 국비 12억 원에 지방비 3억 원을 더해 모두 15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강화 안쪽 면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합니다.
순서를 따져보면 인천도 오래 기다린 편이었습니다. 2020년 공모에서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동북권(강원·경북·대구), 호남권(광주·전북·전남·제주), 충청권(충남·충북·세종)이 먼저 선정됐고, 인천은 2026년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육 년을 기다려본 지역이라면 뒤에서 기다리는 자리의 마음도 알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서운함을 적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강화에 새 건물을 짓자는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강화에는 이미 자리가 있습니다. 면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 마을회관, 면사무소 회의실, 겨울에 난방이 잘 되는 경로당 큰방까지 주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공간들입니다. 제가 앉아 있던 그 도서관 구석의 컴퓨터 두 대도 이미 우리가 가진 시설입니다. 강화에 없는 것은 공간이 아니라 요일과 사람입니다.
필요한 것도 대단한 규모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 달에 두 번, 화요일 오후 두 시에 누군가 그 자리에 와 있으면 됩니다. 사진 정리하는 법, 서류 한 장 뽑는 법, 인공지능에게 말로 물어보는 법을 옆에서 같이 눌러보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며칠 전 민박을 하시는 주인 한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약 문의에 답장 쓰는 것도 요새는 컴퓨터가 도와준다던데, 배울 데가 없으니 그냥 손으로 씁니다.” 배울 데가 없다는 말은 배울 마음이 없다는 말과 정반대입니다.
거점 한 곳과 교육장 두 곳을 세우는 데 15억 원이 쓰였습니다. 그 살림에 견주면 섬의 도서관 몇 곳에 한 달 두 번 사람이 다녀가는 일은 아주 작은 항목일 것입니다. 저는 예산의 크기보다 도착지의 개수를 먼저 세어보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동네에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몇 군데나 있으신가요?
그 도서관을 나서기 전에 저는 할머니 옆에 앉아 서류 한 장을 대신 뽑아드렸습니다. 오 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돌아서는데 할머니가 다음에 또 오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화요일에 오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강화의 교육장은 아마 그 대답 한 줄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기록은 제가 강화에서 쓰고 만든 책과 서비스에도 담겨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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