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다’ ‘기대다’ 같은 단어 하나로 나를 읽는 에세이, 이은하 《나는 오늘도 단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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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나는 오늘도 단어를 만난다》는 거창한 깨달음 대신 ‘서툴다’ ‘괜찮아’ ‘기대다’ 같은 일상의 단어를 하나씩 붙들고 자기 마음을 읽어 내려간 에세이다. 저자는 이은하다. WIA Book이 2026년 10월 26일 전자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자기 단어를 찾도록 이끈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이다.

에세이는 오랫동안 위로의 문장을 건네는 책이 중심이었다. 근래에는 독자가 직접 기록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왔다. 일기 쓰기, 필사, 좋아하는 단어 모으기 같은 형식이 그 흐름에 속한다. 이 책도 같은 방향에 서 있다. 저자는 조언을 앞세우지 않고 단어를 먼저 내려놓는다. 독자는 그 단어에 자기 경험을 겹쳐 읽는다. 읽는 일이 곧 돌아보는 일이 되는 구조다. 글이 짧게 끊어져 있어 하루에 한 편씩 읽기에도 맞는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나는 오늘도 단어를 만난다》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단어를 소재로 삼은 에세이는 낯설지 않은 형식이다. 낱말을 하나 골라 뜻을 풀고 필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이 흔하다. 이 책은 풀이보다 장면을 앞에 둔다. 단어 뒤에는 아이 앞에서 서툴렀던 날, 커피 한 잔에서 찾은 여유, 사람 사이에서 느낀 다정함과 외로움이 놓인다. 사전의 뜻 대신 삶의 용례를 싣는 셈이다. 같은 ‘서툴다’여도 독자마다 떠올리는 장면이 다르다. 책은 그 차이를 지우지 않고 남겨 둔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프롤로그에 드러난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날의 작은 생각을 담았다고 밝힌다. 누구에게 정답을 알려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선을 긋는다. 기록의 목적은 지나온 마음을 한 번 더 바라보는 데 있다. 가르치지 않는 에세이는 말을 거는 방식이 다르다. 독자는 훈수를 듣는 자리에 앉지 않는다. 곁에서 같은 속도로 걷는 사람을 만난다.

독자가 얻는 효용은 구체적이다. 읽는 동안 자기 단어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단어를 메모장에 적어 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전자책이라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짧은 시간에 한 편씩 펼치기 쉽다. 오래 마음에 남았던 말을 다시 꺼내 보면 그날의 자신과 마주친다. 책은 그 만남을 거들 뿐 결론을 대신 내리지 않는다.

저자 이은하는 사람과 삶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몇 사람과 깊고 오래 관계를 맺는 편이다. 낯을 가리지만 익숙해지면 마음을 나누는 일을 소중하게 여긴다. 지금은 여러 활동을 두루 하면서 글을 끄적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을 즐긴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오며 마음에 머문 단어를 하나씩 들여다본 기록이다.

책은 단어 하나에서 출발해 경험으로 건너간다. 1장의 ‘서툴다’가 그 방식을 보여 준다. 저자는 아이에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어”라고 말하고 싶었던 날을 꺼낸다. 엄마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줄 알았지만, 막상 되고 보니 처음 해보는 일투성이였다. 서툰 것은 엄마로서만이 아니었다. 딸로, 친구로, 한 사람으로 사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여기서 단어의 뜻을 뒤집어 본다. 서툴다는 말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저자는 묻는다. 서툴다는 것은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뜻 아닐까. 그리고 오늘 조금 서툴렀다고 해서 자신을 너무 오래 탓하지 않기로 한다. 사전적 정의를 다시 쓰는 대신 단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장면이다. 이 책의 문장은 대체로 이 정도의 온도로 움직인다.

4장의 ‘기대다’는 한자 ‘人’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선 모습 같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글자의 실제 유래와는 별개로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고 쓴다. 도움을 청하면 부족해 보일까 봐 괜찮은 척하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기대는 일을 약함이 아니라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는 일로 정리한다. “오늘은 조금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고, 누가 기대올 때는 편안한 자리가 되어주고 싶다고 덧붙인다.

구성은 프롤로그 ‘단어를 바라보다, 나를 바라보다’로 열린다. 본문은 모두 다섯 장이다. 1장 ‘처음 만난 단어’, 2장 ‘하루에서 만난 단어’, 3장 ‘사람 사이에서 만난 단어’, 4장 ‘마음에 머물다’, 5장 ‘나를 살아가게 하는 단어’ 순이다. 에필로그 ‘다시, 오늘의 단어’가 끝을 맺는다. 장 제목이 처음에서 하루로, 사람으로, 마음으로, 삶으로 점점 안쪽을 향한다. 아침과 커피, 산책과 비, 다정함과 외로움 같은 단어도 그 사이에 놓인다.

이 책은 위로가 급한 독자보다 자기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싶은 독자에게 맞는다. 육아 중인 독자, 사람 사이에서 말의 무게를 자주 따져 보는 독자, 짧은 글을 띄엄띄엄 읽는 독자라면 가까운 대목을 만날 것이다. 읽다 보면 저자의 단어 옆에 자기 단어를 적어 두고 싶어진다. 프롤로그는 그 단어가 독자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읽을 때 눈여겨볼 곳은 세 군데다. 하나는 5장에서 저자가 ‘나를 살아가게 하는 단어’로 무엇을 꼽는가다. 또 하나는 에필로그에서 ‘오늘’이라는 단어가 첫머리의 목록과 어떻게 다시 이어지는가다. 마지막은 독자가 책을 덮은 뒤 떠올리는 단어가 무엇인가다. 《나는 오늘도 단어를 만난다》는 이은하 저자의 작품이고, 정가 5,000원의 전자책이다. 판형은 A5이며 online으로 서비스된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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