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1] 칠십 겹의 포위 (Book 5 「세 번째 문」 피날레)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51 · Book 1 「별이 모이다」

장판(長坂)의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이만 사천의 행렬은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의 뒤 지킴 덕에, 이 오후에만 십오 리를 더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 남쪽으로 내려가는 속도의 차이가 결국 좁혀졌다. 조조(曹操)의 오천 기의 선봉이 장판의 후미 위에 이제 서서히 포위를 형성하고 있었다.
포위의 모양은 칠십 겹(七十重)이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오천의 말발굽이 겹겹이 원을 그렸다. 그 원의 안쪽에는 이만 사천의 본대가 아니었다. 본대는 이미 남쪽 길 자락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원의 안쪽에 남은 것은 — 후미의 낙오자 수백 명과 그들의 봇짐뿐이었다. 그리고 그 원의 어딘가에, 한 필의 말이 있었다.
유비(劉備) 본진은 서쪽 언덕 자락에서 북쪽의 포위 형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명(孔明)이 부채를 조용히 접었다. 관우의 오른손이 청룡도(靑龍刀)의 손잡이 위에 얹혔다. 장비는 서쪽 길의 더 북쪽에서 말을 세우고, 북쪽 먼지 안쪽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네 사람의 위치는 네 자리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네 자리 중 어느 자리에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조운(趙雲)이었다.
오늘 오후의 한가운데쯤, 조운이 이만 사천의 후미에서 말을 돌렸다는 보고가 있었다. 후미 안쪽에서 감부인(甘夫人)과 어린 아두(阿斗)를 찾으러 돌아간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조운의 말은 어느 언덕 등성에서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감부인과 아두의 행방도 함께 보이지 아니하였다.
참모 한 사람이 유비 앞에 말을 몰아왔다. 말의 앞발이 땅을 긁었다.
"황숙. 자룡의 한 필의 말이 혹 포위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닌지요. 자룡 한 사람을 위하여 본진의 걸음을 멈추시기에는, 북쪽 오천 기의 박자가 너무 가까이 있사옵니다. 혹 자룡을 — 놓아두시는 쪽을 고려해 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유비가 그 참모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참모의 눈 안쪽에는 두려움과 계산이 반씩 섞여 있었다.
"자룡이 북쪽의 가운데로 말머리를 돌렸다는 말은 — 그 말이 오천 기의 안쪽의 한 점을 향하고 있다는 말일세. 자룡은 놓아두는 자네가 아닐세."
참모가 숨을 들이쉬었다. 유비의 말이 그의 계산의 전제를 지워 주었다. 참모가 말머리를 뒤로 돌렸다.

공명이 유비의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황숙. 자룡의 돌아옴이 오늘 저녁 안에 있을지, 내일 새벽에 있을지 — 지금은 답이 없사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옵니다. 자룡이 오천 기의 안쪽을 향하여 말머리를 돌린 이상, 그 안쪽에서 자룡이 만들고 있는 한 점의 돌파가 — 내일 이후의 이만 사천의 방향을 다시 바꾸어 줄 것이옵니다."
유비가 고개를 숙였다. 숙임의 각도는 깊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 각도 안쪽에는, 아우를 내일 새벽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 형의 결의가 조용히 담겨 있었다.
해가 서쪽 지평선에 이제 거의 닿았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포위의 칠십 겹이 북쪽 지평선 쪽에서 검은 띠처럼 둘러 있었다. 그 검은 띠의 안쪽 어딘가에 한 필의 말이 있었다. 유비는 그 검은 띠를 향해 북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더는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의 어깨 위로 저녁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의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 검은 띠 쪽에서 유비의 어깨 쪽으로, 포위 안쪽에서 본진 쪽으로, 길게 흘러오는 바람이었다. 유비는 그 바람을 어깨로 받았다. 바람 안쪽에서 한 음이 오는 듯, 유비의 어깨가 조용히 떨렸다.
Book 5 「세 번째 문」이 오늘 저녁 조용히 저문다.
Day 121 업성의 오동나무 아래의 두 형제의 다툼부터, Day 151 장판의 칠십 겹 바깥에 선 형의 기다림까지, 서른한 날의 호흡이 각자의 자리에 단단히 앉았다. 조조의 벽의 열 장의 쪽지, 유비의 방석 위의 공명, 와룡강의 다섯 자의 지도, 박망 갈잎 숲의 불, 空城의 두 글자, 이만 사천의 봇짐의 떠밀림, 그리고 오늘 저녁의, 아우의 부재와 형의 어깨 위에 얹힌 바람.
내일부터는 Book 6 「바람을 기다리는 법」이 시작된다. 저녁의 바람은 아직 북에서 남으로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바람은 언젠가 방향을 바꾼다. 그 첫 떨림이 오늘 저녁 유비의 어깨 위를 지나갔다. 자룡이 오천 기의 안쪽에서 만들고 있는 한 점의 돌파가, 그 바람의 첫 떨림의 한 음이었다.
해가 서쪽 지평선 뒤로 완전히 넘어갔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조운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바람은 아직 북에서 남으로만 흐르고 있었다. 장판의 검은 띠의 안쪽에, 말발굽 소리가, 이만 사천의 누구의 귀에도 아직 들리지 아니하였다. 다만 유비의 어깨 위의 바람만이, 그 띠의 안쪽에서 온 음을 조용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Book 5 「세 번째 문」이 오늘 저녁 조용히 저문다. 다음 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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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당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 돌아오지 아니한 저녁이 있지요. 그 저녁의 모서리 위로, 북에서 남으로 길게 흐르는 바람이 지나가는 순간이 있사옵니다. 그 바람이, 언젠가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어깨 위에 조용히 얹히는 저녁이 있지요. 오늘 저녁 당신의 어깨 위로도,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그런 바람이 지나갔는지요. 그 바람의 첫 떨림을 조용히 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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