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1] 한 잔만 따라 주십시오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21 · Book 1 「별이 모이다」

호뢰관(虎牢關) 앞 관외(關外) 평원에서, 연맹군의 깃발 열일곱 개가 한꺼번에 나부끼고 있었다. 단(壇) 위에 맹주로 추대된 발해(渤海)의 원소(袁紹)가 서 있었다. 좌우의 제후 열일곱 가운데 조조(曹操)가 오늘 아침 가장 앞쪽 자리를 맡고 있었다. 조조의 두 눈이 원소의 허리춤 인장 위에 머물렀다가, 바로 옆 공손찬(公孫瓚)의 뒤쪽 세 사람 쪽으로 천천히 옮겨 갔다. 공손찬의 뒷자리에 평원(平原) 현령 유비(劉備)와 아우 관우(關羽), 장비(張飛) 세 사람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아침, 호뢰관 관문 앞에서 장사(長沙) 태수 손견(孫堅)의 군대가 먼저 화웅(華雄)의 철기(鐵騎)와 부딪혔다. 포신(鮑信)의 아우 포충(鮑忠)이 먼저 나섰다가 한 합을 채 넘기지 못하고 화웅의 칼 아래에서 떨어졌다. 유섭(兪涉)이라는 원술 휘하 장수가 다음으로 나섰다가 세 합 만에 화웅의 창에 베였다. 한복(韓馥)이 천거한 반봉(潘鳳)이 큰 도끼를 들고 나섰다. 반봉도 몇 합 만에 화웅의 말발굽 아래에서 쓰러졌다.
화웅이 호뢰관 위에서 긴 대나무에 포충의 붉은 두건을 매달아 흔들었다. 관 아래를 향해 크게 외쳤다. "연맹의 장수가 또 있다면, 한 명씩 나와 봐라."
그 외침이 관외 평원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단 위 원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좌우 제후들의 입이 모두 닫혀 있었다.
원소가 탁자 위에 한 손을 짚었다. "아까운 일이로다. 내 장수 안량(顏良)과 문추(文醜)가 아직 도착하지 아니하였다. 한 사람이라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찌 화웅을 두려워하겠는가."
그 한 마디가 끝나기 전에, 단 아래에서 한 사람이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가 오늘 아침 관외의 공기를 뒤로 밀었다. "소장(小將)이 스스로 원합니다. 나가서 화웅의 목을 베어 맹주의 장막 아래에 올려 드리지요."
모든 고개가 그 소리 쪽으로 돌아갔다. 키는 구 척. 수염의 길이는 두 자. 단봉안(丹鳳眼)에 와잠미(臥蠶眉). 얼굴이 익은 대추처럼 붉었고, 목소리가 큰 종처럼 울렸다. 한 번 보면 다시 잊히지 아니하는 얼굴이었다.

원소가 공손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손 태수. 이 사람은 뉘시오?" "유 현덕(劉玄德)의 아우 관우(關羽)이올시다. 자는 운장(雲長)."
원소의 눈썹이 꿈틀하였다. "지금 어떤 직을 맡고 있소?" 공손찬이 조금 난처한 얼굴로 답하였다. "유 현덕 공의 휘하에서 마궁수(馬弓手)를 맡고 있소이다."
단상 한쪽의 원술(袁術)이 탁자를 쳤다. "우리 제후들의 군영에 대장이 없다고 일개 마궁수 한 놈이 망발을 하는 것이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내쫓아라."
조조가 손을 들어 원술을 막았다. "공로 공, 노여움을 거두시오. 이 사람이 이미 큰 말을 뱉었으니 반드시 쓸 바가 있을 것이오. 한번 말을 내보내 봅시다. 만일 이기지 못한다면 그때 꾸짖어도 늦지 아니하오."
관우가 단 아래에서 깊게 허리를 숙였다. "만일 이기지 못하면, 제 머리를 이 자리에 올리겠습니다."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으로 뜨거운 술 한 잔을 데워 관우에게 건네었다. "운장. 이 한 잔을 먼저 드시오. 몸이 따뜻해져야 칼의 힘이 제대로 서외다."
관우가 두 손으로 그 잔을 받았다. 그러나 잔을 입에 가져가지 아니하였다. 한 호흡 동안 그의 시선이 뜨거운 술잔 위에 머물렀다. 수염의 끝이 잔의 증기 위에서 흔들렸다. 그리고 조조의 얼굴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맹덕 공. 이 술은 한 잔만 따라 주시고, 여기 탁자 위에 그대로 두어 주시지요."
조조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유를 들려주시오."
"다녀와서 마시겠습니다. 금방 다녀오지요."
관우가 단 아래로 내려갔다. 말 위에 올라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가볍게 들어 보았다. 도의 무게가 팔십이 근이었다. 천천히 고삐를 돌렸다. 호뢰관 아래 평원 쪽으로 크게 채찍을 올렸다. 채찍이 내려오는 그 한 호흡 다음에, 관우의 말이 땅을 떠났다.
단 위에서 조조가 뜨거운 술잔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잔의 증기 위에 오래 머물렀다. 관외 평원 쪽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렸고, 함성이 크게 올라왔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다(天摧地塌)"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단 위 뜨거운 잔의 증기는 한 번도 식지 아니한 채 그대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잔만 따라 주시고 두어 주시지요"라는 그 한 마디가, 오늘 아침 관외 전투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증기로 남아 있었다.
Book 1의 스물한 번째 아침이 단 위 뜨거운 잔의 증기 위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溫酒請(온주청, 따뜻한 잔 술의 청)의 세 글자가, 잔을 비우지 아니한 채 탁자 위에 남겨 두는 자세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20의 討卓檄, 그 열일곱 갈래가 오늘 아침 호뢰관 앞 한 잔의 증기 안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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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뜨거운 한 잔의 술을 비우지 아니한 채 탁자 위에 그대로 남겨 두고 한 걸음을 내딛는 아침이 있지요. 잔의 증기가 전투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남아 있는 자세이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탁자 위에도, 비우지 아니한 채 증기만 남겨 두고 먼저 떠나야 할 잔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남김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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