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3] 봉의정의 한 발자국

Photo of author

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

[Day 33] 봉의정의 한 발자국

2월 · 주인 없는 칼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33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33 헤더 일러스트

며칠이 지난 아침, 동탁이 수레를 몰고 장안 궁궐로 정사를 논하러 들어갔다. 여포가 평소대로 화극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동탁이 헌제(獻帝) 앞에서 담소를 길게 펴고 있는 동안, 여포의 두 눈이 궁문 바깥의 하늘을 건너다보았다. 화극의 자루를 다시 쥐었다. 궁문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나 말에 올라 상부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말을 상부 앞에 매고 화극을 든 채 후당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시녀 한 사람이 그의 앞을 막아서려다가 얼굴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후당 안쪽에서 초선이 그의 발걸음 소리를 먼저 알아들었다. 반쯤 문을 열고 낮게 속삭였다. "장군. 당신은 후원의 봉의정(鳳儀亭) 곁에서 저를 기다려 주시지요." 여포가 고개를 끄덕이고 후원으로 걸어 나갔다.

봉의정은 상부 후원의 한 모퉁이에 놓인 작은 정자였다. 기둥 사이로 굽은 난간(曲欄)이 돌려져 있었고, 난간 너머로 연꽃 연못이 조용히 열려 있었다. 여포가 난간 옆에 비스듬히 섰다. 화극의 자루를 오른손으로 고쳐 잡았다.

한참이 지나, 꽃나무 가지를 헤치고 버드나무 가지를 제치며 초선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걸음이 정자 아래에서 멈추었다. 그녀가 여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먼저 내려왔다.

"첩이 비록 왕 사도의 친딸은 아니오나, 그분은 저를 당신의 딸처럼 길러 주셨사옵니다. 장군을 뵙고 난 뒤로 장군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모시기로 허락을 받고 나서는, 이 몸의 평생의 소원이 이미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였사옵니다. 그런데 뜻밖에 태사(太師)가 마음을 불량히 드시어 이 몸을 더럽히셨사옵니다. 이 몸은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리기를 원하였사오나, 오직 한 가지 이유로 아직 죽지 못하였사옵니다. 장군께 이별의 말씀을 한 번도 올리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사옵니다."

초선의 손이 굽은 난간을 움켜쥐었다. 몸이 난간 너머의 연못 쪽으로 한 발짝 기울었다. 한 발자국. 그 한 발자국이 창호지 한 장의 두께가 끝내 어디까지 얇아질 수 있는지를 오늘 아침에 보여 주는 자리였다.

여포가 뒤늦게 몸을 던져 그녀를 안았다. 화극이 난간 옆의 돌 위에 쟁그랑 떨어졌다. 그의 한 팔이 초선의 허리 뒤에서 단단히 감겼다. "내가 너의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한 번도 말을 나누어 보지 못한 것이 한이었을 뿐이다." 그의 목소리가 정자의 지붕 아래에서 무너졌다.

삼국지 365 Day 33 중간 일러스트

초선이 여포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첩이 이 생에서 당신의 아내가 되지 못할진대 내세(來世)를 기약하시지요." 여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이 생에서 너를 아내로 삼지 못한다면 그것은 영웅이 아니다."

초선이 눈물을 더 떨어뜨렸다. "첩이 하루를 일 년처럼 지내고 있사옵니다. 장군께서 한 번만 저를 불쌍히 여겨 구해 주시지요." 여포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은 틈을 보아 잠깐 나온 길이다. 늙은 도적이 내가 자리를 비운 것을 알면 의심할 것이니, 우선은 속히 돌아가야 한다."

초선이 그의 옷자락을 더 잡았다. "장군께서 이렇게 그 늙은 도적을 두려워하신다면, 이 몸이 하늘의 해를 볼 날은 영영 없겠사옵니다."

여포가 발을 멈추어 섰다. 화극을 집어 들지 아니하였다. 다만 몸을 난간 쪽으로 다시 기울였다. "천천히 좋은 계책을 도모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다오." 초선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한 문장이 정자의 공기를 뒤로 밀었다.

"첩이 깊은 규방 안쪽에서 장군의 이름을 우레처럼 귀 가득 들어 왔사옵니다. 당대의 오직 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사온데, 뜻밖에 오늘 장군께서 다른 사람의 손 아래에 묶여 계시오이다."

그 한 문장이 끝나자 초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빗방울처럼 떨어졌다. 여포의 얼굴 전체에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화극을 한 손으로 받쳐 든 채, 다른 손으로 초선을 더 조용히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정자의 굽은 난간 아래에서 기대고 기댄 채, 한참 동안 서로를 놓지 못하였다.

봉의정 아래의 한 발자국의 거리가, 어제 아침 상부 침방의 창호지 한 장의 거리가 하루 사이에 더 얇아진 자리였다. 주인 없는 칼 한 자루가 정자의 굽은 난간 아래에서 두 사람의 포옹만큼의 거리 안쪽에서 처음으로 자기 손잡이의 뜨거움을 귀로 돌려받고 있었다.

Book 2의 세 번째 아침이 봉의정의 굽은 난간 아래에서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鳳儀步(봉의보, 봉의정의 한 발자국)의 세 글자가, 창호지 한 장의 두께가 한 발자국의 거리로 얇아진 호흡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32의 一戟距의 창의 길이가 오늘 아침 한 발자국의 길이로 더 좁혀져 있었다.

—

삼국지 365 Day 33 마무리 일러스트
“

✒️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창호지 한 장의 두께가 한 발자국의 길이로 더 얇아지는 아침이 있지요. 그 얇아짐의 한 결이, 난간 너머의 연못 쪽으로 기울어진 한 발자국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자리이옵니다. 주인 없는 칼 한 자루의 손잡이의 뜨거움이 귀로 돌려받는 자세로 굳어 가는 결이지요. 오늘 아침 당신의 손의 난간 너머에도, 기울어진 한 발자국의 거리가 혹시 있으신지요. 그 얇아짐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내일 Day 34: 던져진 화극

"바로 그 순간, 봉의정의 입구에 무거운 발자국이 도달하였다. 동탁이었다. 두 사람의 포옹이 그의 두 눈 안에 들어왔다. 화극이 돌과 돌 사이를 가르며 여포의 등 쪽으로 던져졌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IA Code — 이 기사 링크
인쇄용 ·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확인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댓글 남기기

WIA Family · 88개 언어 무료 학습 게임 — WIAver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