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브릿지] 제2권 · 제3장 · 3평 방, 30만 원 월세 — 제가 만난 고시원의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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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영등포구 쪽방촌 골목을 처음 걸었던 날을 저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 문을 두드리자, 창문 없는 방 안에서 노인 한 분이 TV 소리를 벗 삼아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그날 “고시원”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젊은 수험생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그 방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 그리고 바다 건너 중국 도시 노인들의 주거 현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실버 브릿지 주제 이미지

제가 만난 72세 김모 씨는 월 기초연금 33만 4,810원 가운데 28만 원을 고시원 월세로 냅니다. 남은 돈은 5만 원 남짓, 그마저 밥값으로 쓰고 나면 손에 쥘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밥값 5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요. 무료급식소 안 가면 굶어요.” 저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며, 이 좁은 방이 단지 잠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이 걸린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취재를 하며 숫자들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2022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판잣집·비닐하우스 같은 비주택 거처에 사는 60세 이상 가구는 17만 7,441가구, 비주택 거주 전체의 40%에 이릅니다. 2024년 통계청 고령자 통계는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소득빈곤율이 39.7%로 OECD 평균 14.2%의 약 2.8배, 회원국 중 1위라고 알려줍니다.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 8천 가구로 전체 고령가구의 37.8%를 차지합니다. 보건복지부 2024년 조사에서는 쪽방 주민의 월평균 소득이 96만 7천 원인데 주거비가 그 62.5%를 삼킨다고 나옵니다. 숫자로만 보면 무덤덤할 수 있지만, 저는 그 뒤에 김 씨 같은 얼굴들이 있다는 걸 압니다.

같은 취재 과정에서 저는 중국의 사정도 함께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중국에는 한국의 고시원과 정확히 같은 형태는 없지만, ‘棚户区(판자촌 구역)’나 대도시 외곽의 ‘城中村(도시 속 마을)’에서 10㎡ 남짓한 방에 월세 500~800위안을 내며 사는 저소득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도적 대응의 결은 사뭇 달랐습니다. 중국은 ‘9073 양로 체계’로 90%는 재가, 7%는 커뮤니티, 3%는 시설 양로로 노인을 분류하고, 2024년 말 기준 전국 양로기관은 41만 개, 침상은 약 809만 3천 장에 이릅니다. 저소득 노인에게 공공임대주택(公租房)을 우선 배정하는 정책으로 2024년까지 누적 39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실버 브릿지 데이터 그래프

저는 이 두 나라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39.7%라는 세계 1위의 노인 소득빈곤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주택 거처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여전히 미흡한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큰 틀 — 9073 체계, 공공임대 우선배정, 적로화(适老化) 개조 — 을 촘촘히 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한 해에만 1만 4,500개 단지가 적로화·무장애 개조를 거쳤고, 엘리베이터 2만 9,600대가 새로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되묻게 되었습니다.

고시원 안의 하루는 단조롭고 고독합니다. 아침 6시 공용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면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점심은 무료급식소, 저녁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날이 잦습니다. 취사 시설이 없는 고시원이 대부분이라 자취조차 어렵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중 46.2%가 만성질환을 3개 이상 앓고 있는데, 환기 안 되는 밀폐 공간과 곰팡이, 여름 폭염과 겨울 한파에 무방비한 방에서 그 몸은 하루하루 더 쇠약해집니다. 홀로 쓰러져도 아무도 모르는 고독사의 공포는 제가 만난 어르신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전북대 이호근 교수는 “노인의 주거빈곤은 단순한 ‘집’ 문제가 아닙니다. 고립, 건강 악화, 존엄의 상실이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적 재난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김 씨가 사는 3평 방은 그저 좁은 것이 아니라, 그가 이 사회와 맺을 수 있는 관계의 폭 자체를 좁혀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노인의 집을 이야기할 때 면적과 월세만 셀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한 사람이 얼마나 사람답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의 재가양로 90% 체계와 한국의 분산된 주거급여·긴급복지 제도,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두 나라가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소형 공간 설계 노하우가 중국의 城中村 재개발에 쓰일 수 있듯, 중국의 공공임대 우선배정이나 적로화 개조 속도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 고시원, 쪽방촌에 어떤 어르신이 사는지 한 번이라도 눈여겨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제3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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