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달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여든두 살 김모 할머니의 손목을 눈여겨본 적이 있습니다. 낡은 손목시계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낙상을 감지하고 심박수 이상을 알리는 스마트 밴드였습니다. 할머니는 그 기계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이게 있으면 딸이 걱정을 덜 한대요”라며 웃으셨습니다. 오늘은 그 손목 위의 작은 기계 하나가 한국과 중국의 노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제가 취재하며 마주한 장면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날 복지관 담당 사회복지사는 KT의 ‘AI 케어콜’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독거노인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와 감정 변화를 AI가 분석하고,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자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요. 실제로 한 어르신은 며칠째 전화를 받지 않다가 이 시스템 덕분에 뒤늦게라도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기술이 사람의 안부를 대신 물어주는 시대, 저는 그 통화 한 통이 가족을 대신하는 무게를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 변화의 속도가 더 선명해집니다.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051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AI 돌봄 분야에 359억 원의 신규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같은 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 명을 돌파했고, 스마트 양로 산업 규모는 약 8조 5,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632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중국 GDP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로, 양로 케어 로봇 시장만 놓고 봐도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경제학자는 스마트 양로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인구 위기를 성장 기회로 바꾸는 국가 전략이라며, 2030년에는 중국 스마트 양로 시장이 10조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커뮤니티 양로원을 취재하며 저는 ‘9073 모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노인의 90%는 집에서, 7%는 커뮤니티에서, 3%는 시설에서 돌봄을 받는다는 이 체계에 이제 IoT 센서와 AI가 촘촘히 결합되고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노인의 집 안에 설치된 센서가 활동량과 수면 패턴, 낙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이상이 생기면 가족과 병원에 곧바로 알림을 보낸다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기준 중국의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3억 2,000만 대를 넘어섰고, 그중 상당수가 고령자를 위한 낙상 감지와 SOS 호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AI 케어콜이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방식이라면, 중국의 시스템은 ‘몸의 신호를 읽는’ 방식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니어 서비스에 앞다투어 뛰어드는 것도, 그만큼 이 시장이 크고 절박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저는 이 두 방식의 차이가 단지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각 사회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사람의 관심을 기술로 확장하려 하고, 중국은 방대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시스템의 감지에 무게를 싣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 할머니가 손목시계를 두고 “걱정을 덜어준다”고 말했을 때, 저는 기술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걱정을 대신 짊어지려는 시도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유교적 효 문화를 공유하는 두 나라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이 효도를 대신한다’는 거부감을 넘어서려 애쓰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한국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4.1%가 정보제공 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져 불편하다고 답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도 정작 그 기능을 다 쓰지 못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뜻입니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60세 이상 인터넷 사용률이 2010년 4.9%에서 2022년 54.5%로 크게 늘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노인은 여전히 디지털 세계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 세대 간 정보 격차는 기술이 빨라질수록 오히려 더 크게 벌어지는 역설을 안고 있었습니다. 양국이 앱의 ‘노인 모드’를 의무화하고 디지털 배움터를 전국 곳곳에 늘리는 것도 결국 이 틈을 메우려는 안간힘일 것입니다. 저는 그 안간힘이야말로 기술보다 먼저 챙겨야 할 정책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결국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 것은 사람의 손길이 아닐까요. 저는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손목에, 혹은 나의 손목에 낙상을 감지하는 기계를 채우는 일이 효도를 대신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효도를 돕는 것일까요. 저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술이 효도를 대신한다는 거부감 대신 기술이 효도를 돕는다는 믿음으로 이 변화를 함께 지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글씨, 음성 안내, 버튼 하나로 작동하는 단순함이야말로 그 믿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 「실버 브릿지: 그들의 하루」 제8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 양로 현장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에서 책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iabook.com/books/silverbridge-vol0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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