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치유의 기준, 한국통합치유협회(KIHA) 협회장 송정숙입니다. 지난주 칼럼이 나간 뒤 편지함에 낯선 이름의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자신을 “화성의 한 중견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한 삼십대 후반의 독자였습니다.
편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협회장님, 저는 지난 두 해 동안 스마트폰에 명상 앱을 다섯 개나 내려받았다가 결국 다 지웠습니다. 잠들기 전 잔잔한 목소리를 들으면 잠깐은 편안했지만, 새벽 서너 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개선용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제가 지웠던 명상 앱들과 무엇이 다른 건가요. 국가가 허가했다는 게 효과를 보장한다는 뜻인가요. 그리고 보험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가을로 접어드는 오후, KIHA 사무실 창가 자리에서 이 편지를 두 번 읽었습니다.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요. 이런 질문은 특정 개인의 궁금증이 아니라, 요즘 상담을 청해오는 많은 분들이 공통으로 품고 계신 물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디지털 헬스’는 건강과 관련된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아우르는 큰 그릇이고, 그 안에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작은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독자님이 지우신 명상 앱들은 앞의 큰 그릇에 속합니다. 반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앱은 의료기기로 등록되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거쳐야만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 불면증 개선용 제품이 처음 허가된 이래 최근에는 허가 품목이 열다섯 개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그중 한 제품은 얼마 전 누적 이용 등록 천 건을 넘겼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이만큼 늘었다는 건, 이 영역이 더 이상 실험적 시도가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치유와 치료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다만 국가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가는 정해진 기준의 근거를 갖췄다는 확인이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도의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약속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꼭 구분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치료라는 말은 흔히 증상 하나를 없애는 데 초점을 두지만, 제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치유라는 말은 삶의 리듬 전체가 균형을 되찾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좋은 디지털 도구는 이 균형을 찾는 데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일 뿐, 그 자체가 목적지는 아닙니다.
독자님의 마지막 질문, 비용 이야기도 짚어보겠습니다. 현재 국내 첫 허가 제품의 정부 기준 가격은 2만 원대 중반으로 정해져 있지만, 정식으로 건강보험 체계에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실제 이용 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독일은 세계 최초로 이런 앱에 보험 급여를 법으로 못 박아, 의사의 서면 하나만 있으면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우리 심사 당국도 정식 등재 방안을 연구 중이라 하니, 독자님이 지금 느끼시는 부담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얼마 전 KIHA 회원 모임에서, 숲 걷기 프로그램을 오래 이끌어 온 지도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최근 참가자들에게 걷기 전후로 심박 변화를 스스로 기록하게 했더니, 숲의 효과를 막연히 느끼던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훨씬 꾸준히 참여하게 되었다고요. 기술은 이렇게 우리가 이미 알던 좋은 습관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신, 그 습관이 왜 좋은지를 스스로 확인하게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한 여러 해외 사례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독자님, 다섯 개의 앱을 지우셨다고 자책하실 일은 아닙니다. 맞는 도구를 찾기까지 시행착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요. 오히려 이번 편지 덕분에 저 역시 허가와 근거, 그리고 비용이라는 세 갈래 질문을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바로 이 ‘근거’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그 안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 이 칼럼은 송정숙 협회장의 저서 「디지털치유론 Level I」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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