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낀 아이가 귀 대신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는 그림책이 나왔다. 지승주·JIAN 작가의 “토리가 처음 듣는 마음의 소리”가 7월 11일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소리 요정 루루와 함께 성당의 기도 소리, 별빛, 사랑의 속삭임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이야기로, 난청이라는 소재를 두려움이 아닌 발견의 서사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아이 눈높이의 판타지 안에 청각장애라는 무거운 소재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난청 아동을 다룬 그림책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대개 보청기 적응 과정이나 의료적 설명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종교적 정서와 감각의 전환을 함께 엮어 결이 다르다. 오월의 저녁 성당 마당, 신자들이 바치는 묵주기도 소리가 토리의 귀에 황금빛 소리 입자로 피어오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청각이라는 신체 감각을 감정과 신앙, 상상력의 언어로 옮겨 그린 시도다. 최근 그림책 시장에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극복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감각 세계를 지닌 존재로 그려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 아동서 시장에서도 다양한 감각과 신체를 있는 그대로 다루는 그림책이 늘어나는 추세다.
구성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열고, 본편 다섯 장을 거쳐 작가의 말로 닫힌다. 1장 “비밀 친구 루루와 성당 가는 길”에서 시작해 2장 성모 동산의 소리, 3장 별빛으로 피어나는 기도, 4장 루루가 들려주는 사랑의 속삭임을 지나 5장 “세상의 모든 소리가 노래가 되어”로 마무리된다. 각 장은 두세 장면으로 나뉘어 파스텔톤 삽화와 함께 읽는 리듬을 잡아준다. 장면 전환마다 소리가 빛과 색으로 시각화돼, 글을 아직 못 떼는 아이도 그림만으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짰다. 전자책 형식이라 태블릿 화면에서 색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 독자층은 유아와 초등 저학년, 그리고 함께 읽는 보호자다. 보청기를 낀 아이가 등장인물로 나온다는 점에서 장애 이해 교육 자료로도 쓸 수 있고, 성모성월과 묵주기도 같은 종교적 배경 덕분에 가톨릭 가정의 신앙 교육용 그림책으로도 어울린다. 무엇보다 토리라는 인물이 자신의 다름을 설명하거나 감추지 않고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는 점이 이 책의 축이다. 보청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펼쳐 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용도로도 적합하다. 유치원이나 성당 주일학교 독서 시간에 놓아도 무리가 없는 분량이다.
미리보기에서 토리는 “귀 뒤에 특별한 비밀 친구 ‘루루’가 살고 있어요”라는 문장으로 소개된다. 원고에는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더 따뜻해져요. 보청기를 처음 만난 아이에게 전하는 용기와 사랑의 그림책”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 한 줄이 책 전체의 정서를 요약한다. 신체적 다름을 가진 아이가 가족의 지지와 신앙적 경건함 속에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을, 두려움을 걷어낸 그림으로 담았다. 향내와 촛불, 묵주 소리가 겹치는 장면 묘사는 성당이라는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
다음 권에서 토리와 루루가 또 어떤 낯선 장소를 새로운 소리로 만날지가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다. 저자 지승주·JIAN 공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WIA Book이 펴냈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toriga-cheoeum-deutneun-maeumui-sori-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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