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너머의 세계를 다섯 살 아이의 눈높이로 그린 그림책이 나왔다. WIA Book이 7월 15일 펴낸 《아가페 정원의 소리 비밀번호》는 난청 어린이 토리와 소리요정 루루가 정원 곳곳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통해, 듣는다는 행위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장애를 소재로 한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시각·청각·발달 등 감각의 차이를 별도의 결핍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다루는 작품이 유럽과 북미 아동문학 시장에서 먼저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장애이해교육 현장의 수요와 맞물려 관련 출간이 이어지는 추세다. 대개는 장애 당사자를 돌봄의 대상으로 그리지만, 이 책은 난청 어린이 토리를 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주체로 세운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저자는 그 흐름 위에서 난청이라는 구체적 소재를 정원이라는 친숙한 공간과 엮어냈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에 이어 총 5장으로 전개된다. 1장 ‘설레는 출발과 정원의 문’에서 시작해 2장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찾은 소리’, 3장 ‘비밀의 화원과 따스한 품’, 4장 ‘하늘과 땅의 유쾌한 노랫소리’를 거쳐 5장 ‘달콤한 꿈으로 이어진 마법’으로 마무리되고, 작가의 말과 판권지가 뒤를 잇는다. 배경은 전북 익산 황등의 아가페 정원, 등장인물은 토리와 루루 외에 아빠 네오와 엄마 엘라로 구성된 4인 가족이다. 실제 지명을 배경으로 쓴 점은 앞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과도 이어지는 방식이다.
대상 독자는 유아와 초등 저학년, 그리고 함께 읽을 가족이다. 정원 나들이라는 소재 덕분에 가족 단위 야외활동과 자연스럽게 이어 읽을 수 있고, 난청·보청기라는 소재는 장애이해교육 수업 자료로도 쓰일 여지가 있다. 바람 소리, 새소리,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아이들이 일상에서 흘려듣는 소리를 하나씩 짚어가는 구성이라 부모가 아이와 소리 찾기 놀이를 하듯 함께 읽기에 맞는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또래 친구를 둔 아이에게는 그 친구의 세계를 이해하는 입구가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는 평소 무심코 지나친 정원의 소리를 새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본문은 담담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 익산 황등에 있는 아가페 정원에 가는 날이에요!’라는 첫 장면에서 토리는 가방을 메고 발을 동동 구르고, 귀 옆의 루루는 ‘토리야, 오늘 멋진 소리를 찾으러 가자’라고 속삭인다. 커다란 초록색 대문 앞에서 토리가 놀란 것도 잠시, 아빠 네오는 ‘토리야, 여기가 비밀의 정원이란다’라고 늠름한 목소리로 말한다. 도착과 동시에 정원이 ‘비밀’로 명명되는 이 장면은 이야기 전체가 발견의 구조로 짜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이 다른 자연 소재 그림책과 갈리는 지점은 ‘소리’를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찾아야 할 비밀번호로 설정했다는 데 있다. 다음 권에서 토리와 루루가 어떤 공간의 어떤 소리를 다음 비밀번호로 고를지가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다. 《아가페 정원의 소리 비밀번호》는 지승주·JIAN 저, EPUB3·PDF 전자책으로 제작됐으며 정가는 15,000원이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agape-jeongwonui-sori-bimilbeonho-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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