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에서 다섯 요정의 노래가 사라진 순간, 새들도 꽃들도 입을 다문다. 은실 작가의 그림책 『사라진 노랫소리』는 괴물에게 삼켜진 목소리를 되찾는 여정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소리와 감정을 다시 불러세운다. 요정과 괴물이라는 익숙한 소재 안에 상실과 회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아낸 점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국내외 그림책 시장에서 상실과 슬픔,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은 꾸준히 발표돼 왔다. 아이들에게 감정을 감추지 않고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최근 창작 그림책이 공유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죽음이나 이별처럼 직접 말하기 어려운 감정을, 요정이 목소리를 잃는다는 은유로 대신 전하는 구성도 이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다. 『사라진 노랫소리』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막연한 공허함,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희망—을 다룬다. 화려한 사건보다 정서의 결을 따라가는 서사에 가깝고, 결말을 서두르지 않는 호흡이 특징이다. 판타지 설정을 빌렸을 뿐, 다루는 감정 자체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작가는 원고 말미에 “특수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처음 담임을 맡았던 교실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을 떠올리며 함께 웃고 성장했던 시간을 이야기로 남기고 싶었다는 것이 창작 동기다. 이야기는 “깊은 숲속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다섯 요정이 살고 있었어요. 요정들이 노래하면 새들도 함께 노래하고 꽃들도 더욱 활짝 피어났지요. 숲에는 언제나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평온하던 숲에 어느 날 커다란 괴물이 나타나 다섯 요정의 목소리를 순식간에 삼켜 버리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웃음이 가득했던 숲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대목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크기를 깨닫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사라진 노랫소리’ 본편, ‘저자소개’, ‘작가의 말’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본편은 요정들이 목소리를 잃은 뒤 이를 되찾기 위해 나서는 과정을 그림과 함께 따라가는 구조이고, 저자소개와 작가의 말은 이야기를 만든 배경과 마음을 짧게 전한다. 분량과 구성 모두 그림책 특유의 리듬을 살려, 어린 독자가 부담 없이 완독할 수 있도록 짰다. 요정 다섯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지녔다는 설정은 이후 전개에서 협동의 방식이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는 장치로 읽힌다. 짧은 세 갈래 구성이지만 이야기와 창작 배경을 함께 배치해, 완독 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주 독자층은 유아 및 초등 저학년이지만, 함께 읽는 보호자와 교사에게도 말을 건다. 협동과 용기를 소재로 삼은 만큼 교실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료로도 쓸 수 있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겪는 작은 상실감을 대화로 풀어내는 매개가 될 수 있다. AI 그림동화 수업을 연구해 온 저자의 이력을 고려하면, 이 작품이 수업 자료로 어떻게 변주될지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판타지 설정을 빌렸지만 정서의 뿌리는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이라는 점이 이 책을 다른 요정 이야기와 구분 짓는다. 그림책 한 권으로 아이와 어른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멈춰 설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섯 요정이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이 협동으로 그려지는지, 개별의 용기로 그려지는지는 직접 확인할 부분이다. 『사라진 노랫소리』는 은실 지음, WIA Book 펴냄으로 2026년 7월 18일 전자책(PDF)으로 출간됐다. 정가는 3,000원이며,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sarajin-noraessori-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스마트폰의 WIA Code 스캐너로 이 화면을 약 40초 비추면 기사 전체가 폰에 저장됩니다 — 인터넷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스캐너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