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소년이 태어나 처음으로 보청기를 낀 채 동네 마실을 나선다. WIA Book이 7월 10일 전자책으로 펴낸 그림책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이 소년의 하루를 따라가며 청력 손실이라는 낯선 경험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의 언어로 옮긴다. 보청기를 결핍을 메우는 기구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로 그린 시선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 스스로 청각 재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이력이 이야기의 바탕에 깔려 있다.
장애를 다루는 어린이 그림책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장애를 극복 서사로 포장하거나, 반대로 설명서처럼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경우다. 국내외 그림책 시장에서도 청각장애·보청기를 소재로 한 작품은 여전히 드문 편이고, 있더라도 성인 보호자 시각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해외 아동서 시장에서는 장애를 지닌 인물을 주변부가 아니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흐름이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이 흐름 위에서 틈을 아이의 목소리로 채운다. 화자인 토리는 보청기를 루루라는 이름의 친구로 부르며, 착용을 치료가 아니라 우정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책은 안녕, 나의 소리 친구 루루, 우리 집 주변은 작은 음악회, 루루와 함께 걷는 숲속 길, 비를 그치게 하는 마법, 세상은 정말 반짝거려 등 5개 장으로 이어진다. 각 장은 토리가 골목·숲·빗속 등 일상 공간에서 하나씩 새로운 소리를 만나는 구조다. 도입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 말미의 작가의 말을 더해 아이와 함께 읽는 보호자가 배경을 파악하도록 짰다. 장면 단위 구성이라 한 번에 다 읽지 않고 하루 한 장씩 나눠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대상은 보청기를 새로 착용했거나 착용을 앞둔 유아·어린이와 그 가족이다. 다만 독자를 좁게 한정하지는 않는다. 장애 이해 교육을 다루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다양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찾는 부모에게도 실용적인 선택지가 된다. 문장은 짧고 의성어가 잦아 저연령 아동이 소리 내어 읽기에도 적합하게 구성됐다. 보청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가 낯선 기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착용 전후로 함께 읽을 그림책을 찾던 가정에는 구체적인 도움이 될 만하다.
미리보기에 담긴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더 따뜻해져요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를 압축한다.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의 야옹 소리, 빗방울이 그치는 순간의 정적까지, 루루를 통해 듣는 모든 소리를 토리는 세상의 인사로 받아들인다.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감각의 확장으로 그린 지점에서, 이 책은 같은 소재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비를 그치게 하는 마법이라는 장 제목처럼, 일상의 사건을 아이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화법도 이 책의 특징이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시리즈 확장 여부다. 지승주 작가는 토리·루루 캐릭터로 이미 공항·유람선·군산 등 지역과 상황을 넓혀왔고, 이번 작품은 그 목록에 첫 보청기 착용이라는 정서적 원점을 더했다. 저자가 병행해 온 성인 대상 청각케어 논픽션과 아동 그림책이 같은 캐릭터로 어떻게 만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루루가 들려주는 반짝이는 세상》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출간됐으며, WIA Book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ruruga-deulryeojuneun-banjjakineun-sesang-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스마트폰의 WIA Code 스캐너로 이 화면을 약 39초 비추면 기사 전체가 폰에 저장됩니다 — 인터넷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스캐너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