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처음 낀 아이에게 수영장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낯선 공간이다. 신간 그림책 <토리의 특별한 수영장 모험>은 그 두 감정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나란히 세워둔 채, 안전 수칙과 자기 몸에 대한 이해를 함께 건넨다. 여름철 물놀이 그림책은 대개 준비운동과 미끄럼틀 안전 수칙을 다루는 데서 그친다. 이 책은 거기에 보청기 탈착이라는 한 겹을 더 얹었다.
청각장애나 보청기를 소재로 한 어린이 그림책은 국내 출판시장에서 아직 드문 편이다. 시각·촉각 위주로 짜이는 그림책 문법 안에서 ‘들리지 않음’이라는 감각의 결핍을 이야기 중심에 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아동출판 시장에서는 신체 다양성과 보조기기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그리는 시도가 늘고 있다.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대개 병원이나 교실을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 흐름 위에서 수영장이라는 훨씬 활동적인 생활 공간을 무대로 골랐다.
물놀이는 보청기 착용 아동에게 특히 조심스러운 순간이다. 기기를 물에 젖지 않게 미리 보관해야 하고, 소리가 차단된 상태에서 줄서기·차례 지키기·미끄럼틀 이용법 같은 낯선 규칙을 익혀야 한다. 이 책은 그 절차 하나하나를 장면으로 쪼개, 두려움의 정체를 구체적인 행동 단위로 바꿔놓는다. 보청기를 빼는 순간 조용해지는 감각을 아이 시점에서 그린 대목은 청각장애를 겪지 않는 독자에게도 낯선 경험을 짚어보게 한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다섯 개 장으로 나뉜다. 설레는 수영장으로 출발(1~3장면), 꼬마 요정 루루와의 만남(4~6장면), 사뿐사뿐 조심조심 발걸음(7~8장면), 차례차례 줄을 서서 풍덩(9~10장면), 아빠 품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11~12장면) 순으로 이어지고, 작가의 말과 판권지로 마무리한다. 보청기를 벗어 보관함에 넣는 장면부터 소리요정 루루가 신호등처럼 수영장 약속을 안내하는 장면까지, 감정의 흐름과 안전 교육 내용이 장면마다 겹쳐 있다.
대상 독자는 보청기를 처음 착용했거나 착용을 앞둔 유아, 그 형제자매, 그리고 부모다. 가정에서 물놀이 전 보청기 관리법을 아이와 나누는 대화 자료로도, 어린이집·유치원의 장애 이해 교육 자료로도 쓸 수 있게 짜여 있다. 미리보기에 실린 “토리야, 물놀이를 하기 전에는 보청기를 안전한 보관함에 잠시 넣어둘까?”라는 아빠 네오의 대사는 수화와 몸짓을 곁들인 소통 방식을 그대로 옮겨, 청각장애 아동 가정의 실제 대화 결을 짐작하게 한다.
원고 속 “걱정 마, 토리야! 내가 신호등처럼 수영장 약속을 보여줄게!”라는 소리요정 루루의 대사는 규칙을 캐릭터화해 아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짠 장치다. 이 책에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보청기 탈착이라는 생활 동작을 감정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는지, 다른 하나는 후속작으로 예고된 토리 시리즈가 공항·유람선·군산 여행에 이어 어떤 일상 공간을 다음 무대로 택할지다.
전자책은 EPUB3·PDF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12일 출간했고, 정가는 1만5000원이다. 지승주·JIAN이 함께 지었으며,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toriui-teukbyeolhan-suyeongjang-moheom-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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