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오늘] 1925년 10월 10일 – 자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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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1925년 10월 10일, 토요일. 경성 거리에 늦가을 바람이 들었다. 지난여름 을축년 큰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아직 곳곳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고, 신문 가판대 앞에는 이야깃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날 조선 바깥에서는 두 개의 큰 소식이 날아들었다 — 하나는 베이징에서, 하나는 스위스 호숫가에서.

그날의 경성이 무렵 경성 언론가는 조용하지 않았다. 두 달 전인 9월 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조선과 로국(露國)과의 정치적 관계」가 총독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총독부는 신문 발행을 멈추게 했을 뿐 아니라, 산 지 한 달밖에 안 된 윤전기까지 압수해 갔다. 논설을 쓴 신일용은 치안유지법으로, 편집 겸 발행인 김동성과 인쇄인 김형원은 신문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월에 들어선 지금도 이 재판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거리에는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었다. 지난 7월, 경성과 한강 일대를 두 번이나 휩쓴 큰물로 4만 명 넘는 사람이 살 곳을 잃었다. 조선수해이재자구제회가 나서 모금을 이어갔지만, 겨울을 앞두고 살림을 다시 꾸리는 일은 더디기만 했다. 그해 6월 총독부와 만주 군벌 사이에 맺어진 이른바 미쓰야협약 이후로는 국경 너머 독립군을 향한 단속도 한층 매서워졌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경성과 한반도만주 땅에서는 흩어진 독립운동 세력을 다시 묶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참의부는 조직을 크게 손질했고, 며칠 뒤인 10월 14일에는 새로운 단체 신민부가 첫 총회를 열어 김좌진을 군사부 책임자로 세우게 된다. 국경 이쪽 조선 안에서는 검열과 단속이, 저쪽 만주에서는 탄압과 재편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으니, 압록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조선 사람들의 하루는 서로 다르지 않았다.

그날의 세계이날 베이징에서는 자금성이 처음으로 일반에 문을 열었다. 청나라 황실이 물러난 궁궐이 ‘고궁박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신해혁명 열네 돌을 기리는 쌍십절 오후, 사람들은 난생처음 황제의 궁을 걸어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스위스 로카르노 호숫가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조용히 쓰이고 있었다. 프랑스의 브리앙은 영국의 체임벌린, 독일의 슈트레제만을 데리고 ‘오렌지 블로섬’이라는 유람선에 올랐다. 표면상 체임벌린 부인의 생일잔치였지만, 실은 기자들과 법률가들의 눈을 피해 세 나라가 담판을 짓는 자리였다. 다섯 시간의 뱃놀이 끝에 독일의 국제연맹 가입 조건이 사실상 합의됐다. 엿새 뒤인 10월 16일, 이 자리에서 다져진 합의는 로카르노 조약으로 매듭지어진다. 한편 중국 남쪽에서는 국민당이 제2차 동정에 나서 광동 일대를 완전히 손에 넣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경성 24시훈련원 옛터, 광희문과 동대문 사이 공터에서는 큰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5월 첫 삽을 뜬 경성운동장이 어느새 얼개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축구장과 달리기 트랙, 야구장과 정구장, 물놀이터까지 갖춘 ‘동양에서 제일가는 경기장’이 닷새 뒤인 10월 15일 문을 열 참이었다. 목수와 인부들이 아침 일찍부터 늦은 오후까지 못질과 흙일을 이어갔고, 지나던 아이들은 담장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구경했다. 종로통 서점가에는 신간을 살피는 학생들이 줄지었고, 해거름이 되면 카페 창문마다 등불이 하나둘 켜졌다.

100년의 거울

1925년 10월항목 2025년신문 정간·윤전기 압수언론 자유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황실 궁궐이 처음 대중에 개방문화유산 접근경복궁·자금성 모두 연중 관람 가능공사 중인 경성운동장(약 2만 5천 명 수용) 체육 시설서울월드컵경기장 등 6만 명대 규모백 년 전 조선일보의 윤전기가 압수되던 그 가을, 베이징에서는 황제의 궁이 만인의 박물관으로 열렸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막히고 누군가의 문은 열린 하루였다.

내일, 1925년 10월 11일 일요일 — 한 주를 돌아보는 자리로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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