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온 인공지능] 제1권 · 제12장 · 손님을 부르는 사진은 마을을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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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지난주 목요일 아침, 외포리 선착장 뒤편 민박집 마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휴대폰을 든 채 한참을 서 계셨습니다. 담장을 타고 넘어온 능소화를 찍는 중이었는데, 몸을 낮췄다 옆으로 옮겼다 하며 열 번은 더 누르셨습니다. 그러다 저를 보고는 화면을 내밀며 웃으셨습니다. “이걸 올려야 손님이 온다는데, 도무지 예쁘게 안 나오네요.” 저는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잠깐 말문이 막혔습니다. 화면 속 마당이 제 눈앞의 마당보다 훨씬 쓸쓸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코리안투데이] 담장을 넘어온 능소화와 민박집 마당 © 장형임 칼럼니스트

차이는 능소화가 아니라 그 옆에 있었습니다. 제 눈은 꽃만 골라 보고 있었지만, 렌즈는 담장 밑 파란 고무대야와 실외기, 늘어진 전선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냈습니다. 사람의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를 알아서 지워주지만, 카메라는 그런 인정을 베풀지 않습니다. 아주머니의 사진이 초라했던 것이 아니라, 아주머니가 그 마당을 얼마나 아끼는지가 사진에 담기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요즘 강화를 찾는 분들은 안내 책자를 펴지 않습니다. 지도 앱을 열고 가게 이름을 누른 뒤, 누군가 올려둔 사진 몇 장을 손가락으로 넘기다가 몇 초 만에 갈지 말지를 정합니다. 저는 읍내 식당 여러 곳의 사진을 일부러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형광등 아래 하얗게 뜬 백반 한 상, 초점이 나간 간판, 눈이 소복하던 몇 해 전 겨울의 주차장. 음식은 지금이 가장 맛있는데 사진만 아직 옛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우리 마을 사진은 대체 누가 찍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떠 있는 강화 사진의 대부분은 하루 다녀간 분들이 남긴 것입니다. 노을과 갯벌, 새로 생긴 카페의 창가 자리는 넘치도록 많습니다. 그런데 새우젓 통 앞에서 굽은 손이 소금을 고르는 장면이나, 겨울 아침 비닐하우스 문이 열릴 때 훅 끼쳐오는 김 같은 것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만 찍을 수 있는 장면이 가장 적게 남고 있는 셈입니다.

휴대폰이 알아서 해주는 일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흐린 하늘을 파랗게 바꾸고, 흔들린 사진을 반듯하게 펴고, 눈에 거슬리는 물건을 손가락으로 눌러 지워주기까지 합니다. 그런 기능은 분명 고마운 도구입니다. 다만 그 영리한 기계도 우리 마당에서 무엇이 귀한지는 알지 못합니다. 능소화를 살릴지 고무대야를 살릴지 정하는 일은 끝까지 마당 주인의 몫으로 남습니다.

그날 저는 아주머니와 함께 대야를 담장 옆으로 옮겨두고, 이튿날 아침 여덟 시쯤 다시 찍어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시간에는 빛이 담장을 비스듬히 훑고 지나가 꽃 그림자가 길게 눕습니다. 며칠 뒤 아주머니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왔습니다. 마당도 그대로였고 능소화도 그대로였는데, 이번에는 제가 눈으로 보았던 그 마당이 화면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제야 우리 집 같네요.” 아주머니가 덧붙인 말이었습니다.

사진은 젊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들 하십니다. 저는 그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습니다. 어느 골목이 언제 가장 환한지 아는 분은 그 마을에서 사십 년을 지낸 분이지, 하루 머물다 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휴대폰 사진첩에는 지난 계절의 마을이 몇 장이나 들어 있는지요. 오늘 아침 대문 앞 풍경 한 장을 남겨두는 일,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요즘 읍내에 나갈 때마다 별일이 없어도 한두 장씩 찍어둡니다. 잘 나온 사진일 필요는 없고, 지금의 사진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모인 사진이 몇 해 쌓이면 그것이 결국 우리 마을의 얼굴이 될 것입니다. 손님을 부르는 사진도 어차피 그 안에서 나옵니다. 마을을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 셔터를 누를 때, 사진은 비로소 여기에서 찍힌 사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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