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4] 허도의 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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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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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14] 허도의 한 밤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14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14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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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7년 겨울의 초입, 허도(許都)의 북쪽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북두(北斗)의 일곱 별이, 오늘 저녁에는 그 자루 끝까지 한 점도 흐리지 않게 걸려 있었다.

오환(烏桓) 정벌을 마치고 돌아온 지 꼭 한 달이 되던 저녁이었다. 조조(曹操)는 승상부(丞相府) 서재에 혼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두 장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왼쪽은 북방 지도였다. 유주(幽州)·병주(幷州)·기주(冀州)·청주(靑州)까지, 지난 여덟 해 동안 한 해에 한 주(州)씩 얻어 온 땅들이 모두 그 지도 위에 들어와 있었다. 네 개의 주 위에, 그의 이름이 이미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오른쪽 지도는 달랐다. 형주(荊州)의 전도였다. 그 지도 위에는, 아직 그의 이름이 한 자도 올라 있지 않았다.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땅이, 오늘 저녁 그의 책상 위에서, 이름이 올라 있는 땅보다 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조조의 나이는 쉰셋이었다. 스무 살에 낙양의 먼지를 처음 올려다본 사내가, 서른셋에 연주(兗州)의 자리를 얻었고, 마흔셋에 관도(官渡)의 밤을 건넜다. 오늘 밤, 그는 이미 쉰셋이었다.

쉰셋은 남은 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였다. 젊을 적 맹덕(孟德)이라 불리던 사내의 걸음 폭이, 요즘은 이상하게 자주 짧아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무릎을 펴는 데에도, 작년까지는 없던 박자가 끼어 있었다. 그 짧은 박자를, 그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혼자 있는 이런 밤에는, 그것이 자기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봉효(奉孝)가 여기 있었다면, 오늘 밤 이 두 장의 지도를 함께 봐 주었을 것인데."

조조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말은 방 안의 어둠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났다. 순욱(荀彧)이었다.

"승상. 아직 잠드시지 아니하셨사옵니까."

"문약(文若). 들어오게."

순욱이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두 장의 지도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오른쪽 형주 지도 위에 시선을 오래 머물렀다.

"승상. 내년 봄이옵니까."

"내년 봄이라면, 너무 이르지 않겠는가."

"내년 가을도 너무 늦을 수 있사옵니다. 형주의 유표(劉表)는 올해 들어 병이 깊어지고 있사옵니다. 그가 스스로 쓰러지기 전에, 승상께서 이미 양양(襄陽)의 성벽 아래에 계셔야 하옵니다."

조조가 오래 침묵했다. 그러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

삼국지 365 Day 114 중간 일러스트

순욱이 작은 쪽지를 품에서 꺼내어 내려놓았다. 쪽지에는 열 개 남짓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남정(南征)에 기용할 장수·참모의 명단이었다. 조조는 쪽지를 내려다보고, 손가락으로 맨 위의 이름을 짚었다.

하후돈(夏侯惇).

"애꾸눈의 장수가 맨 앞을 맡아 주어야겠네."

순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는 그 밑의 이름들을 하나씩 눈으로 훑었다. 장료(張遼)·서황(徐晃)·우금(于禁)·악진(樂進). 모두 북방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름들이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오늘 이 명단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봉효의 이름이, 이 명단에 없구나."

조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순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음이, 오늘 이 방 안의 가장 큰 대답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조조는 혼자 다시 서재에 앉아 있었다. 순욱이 나간 뒤였다.

그는 오른손에 붓을 쥐었다. 형주 지도의 북쪽 변두리, 신야(新野)라는 두 글자 위에, 아주 작게 한 점을 찍었다. 먹이 마르기 전에, 그 점 옆에 작은 글자를 더 적었다.

憂(근심).

근심할 만한 자리였다. 신야에는 마흔일곱의 유비(劉備)가 앉아 있었다. 조조 자신보다 여섯 살 어렸고, 관도에서 달아난 뒤로는 큰 소리 한 번 낸 적이 없는 사내였다. 그러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자가, 큰 소리를 내는 자보다 오래 남는다는 것을, 조조는 쉰셋이 되도록 살며 여러 번 확인했다.

"현덕(玄德)… 그대는 오늘 밤 신야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그 중얼거림에 대답한 것은 방 안의 등잔불이었다. 등잔불이 크게 흔들렸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조조는 웃지 않았다. 다만 두 지도를 천천히 말았다.

허도의 북쪽 하늘 끝에서, 별 하나가 길게 꼬리를 끌며 서남쪽으로 흘렀다.

조조는 그 별을 보지 못했다. 다만 그 별은, 남쪽의 어느 작은 성 위에서, 오늘 이 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찾아 가고 있었다. 별이 향한 쪽에, 유비의 작은 성 신야가 있었다. 유비는 오늘 밤, 마흔일곱 해를 조용히 헤아려 보고 있을 차례였다.

조조의 한 밤이 저물고 있었다. 신야의 한 새벽이, 그 뒤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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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14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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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그의 이름을 아직 한 자도 올려 두지 못한 지도 앞에 혼자 앉으신 밤이, 당신께도 있으셨을까요. 그런 밤에는, 이미 이름이 올라 있는 지도보다, 아직 비어 있는 지도가 더 밝게 보이기 마련이옵니다. 쉰셋의 승상은 오늘 밤 그 밝은 빛 앞에서, 근심(憂) 한 글자를 조용히 내려놓았사옵니다. 아직 비어 있는 자리 앞에서, 오늘 저녁 당신의 가장 작은 글자는 무엇이실지요. 작은 글자여도 좋습니다. 오히려 작은 글자가, 큰 글자보다 오래 그 자리를 지켜 줍니다. 내일 아침 그 글자를 다시 내려다보실 때, 당신의 오늘 저녁이 고개를 끄덕여 주실 것이옵니다.

📅 내일 Day 115: 신야의 새벽

"허도의 한 밤이 저물어 가는 사이, 남쪽의 신야에서는, 유비가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뜰 한 바퀴를 조용히 돌고 있었다. 일곱째 해의 새벽이었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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