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내 그림이 더 멋지대.” 그 말을 듣고도 “나는 내 그림이 마음에 들어”라고 답하는 아이가 있다. 9월 23일 출간되는 한·영 그림동화 『자아와 도취』는 타인의 평가와 나의 가치를 떼어놓는 법을 이 한 문장에 담는다. 좋다는 마음까지 남의 말에 맞춰 바꾸지 않는 것, 이 책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첫 번째 감각이다. 화려하게 관심을 끄는 도취와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아, 두 인물의 대비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자존감 교육은 오랫동안 “너는 특별하다”는 칭찬의 언어로 다뤄져 왔다. 문제는 칭찬만으로는 도취처럼 화려하게 관심을 요구하는 인물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 아동 정서교육(Social Emotional Learning) 논의는 칭찬보다 경계 설정과 감정 분리 기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단정하는 법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과 평가가 곧 나의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먼저라는 쪽이다. 비교와 인정욕구에 쉽게 휩쓸리는 나이일수록, 자기 마음을 지키는 감각은 저절로 자라지 않고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익혀야 한다는 점도 이 흐름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화면 속 관계 맺기가 늘어나면서 또래의 시선과 반응에 더 자주, 더 빨리 노출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 감각이 한층 절실해졌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자아와 도취』는 이 흐름 위에서 씌어진 그림동화다.
이야기는 15개 장에 걸쳐 교실과 운동장, 청소 시간 등 아이들의 하루를 따라간다. 왕관 모양 모자를 쓰고 “모두 나를 봐! 내가 만든 상자가 세계에서 제일 멋져!”라고 외치는 도취와, 그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가 장면마다 대비를 이룬다. 체육 시간 도취가 멀리 던진 공에 발등을 다친 친구 앞에서 자아는 “괜찮니?”부터 묻는다. 도취가 “내가 공을 그렇게 멀리 던졌는데, 넌 그것보다 저 친구가 더 중요해?”라며 화를 내도 자아는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네 공은 멀리 갔고, 친구는 도움이 필요했어”라고 답한다. 청소 시간에는 “각자의 자리는 각자가 쓸어내는 거야”라며 스스로 경계를 긋는다. 이야기는 끝내 도취를 미워하지도, 닮아가지도 않으며 “나만의 빛을 지키는 마음”으로 향한다. 본문은 한국어와 영어를 나란히 실은 한·영 그림동화 구성으로, 15개 장 뒤에는 작가 소개와 작가의 말이 붙는다.
대상은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 그리고 이 시기 아이의 감정 언어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부모다. 자기애 성향이 강한 또래 앞에서 아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막막한 부모에게도 구체적인 대화의 실마리가 된다. 상대를 손가락질하는 대신 “내 마음은 내가 지킨다”는 감각을 심어주는 방식은 학교와 놀이터에서 반복되는 또래 갈등 장면에 곧바로 대입할 수 있다. 자기 긍정과 경계 세우기,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한 이야기 안에서 함께 다룬다는 점은 낱권의 감정 그림책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다음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그림책이 가정을 넘어 교실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가다. 한·영 병기 구성은 정서교육 자료이자 영어 읽기 자료로 함께 쓰일 여지를 남긴다. 또래 관계에서 반복되는 인정욕구와 비교의 장면을 아이 스스로 언어화하도록 돕는지, 부모와 함께 읽은 뒤 아이가 자기 경험을 어떤 말로 옮기는지가 이 책의 실효를 가늠할 잣대다. 저자 강지연이 쓴 『자아와 도취』는 정가 4,000원, 전자책(PDF)으로 2026년 9월 23일 출간됐다. 출판사는 WIA Book이며, 자세한 내용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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