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의회에서 3선을 지낸 박진희 전 의원이 12년의 의정활동을 정리하는 대신, 일곱 살에 시작한 춤이 어떻게 도시 정책으로 이어졌는지를 쓴 책 《10년 뒤 하남에게》를 냈다. 그는 “전통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정치는 사람의 삶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적는다. 전통예술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정치로 도시를 배웠다는 이 문장 하나가, 문화와 행정을 나눠 보지 않는 저자의 시선을 압축해 보여준다.
기초의회 의원이 임기를 마치며 내는 책은 대개 조례 발의 건수와 예산 심의 실적을 나열하는 백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은 그 틀과 거리를 둔다.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은 의정활동을 정리하기 위해 쓴 기록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대신 살풀이춤을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문화교육정책을 다루던 의원 시절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 지역 문화예술계 출신 인사가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먼저 익힌 언어로 도시를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최근 지방자치 현장에서 늘어나는 생활 서사형 정책서와도 결이 다르다. 기초자치단체 문화정책이 대체로 예산 배분과 시설 건립 중심으로 논의돼 온 흐름을 감안하면, 정책 이전의 개인 경험을 앞세우는 이런 서술 방식 자체가 하나의 관점이 된다. 전통예술계에서도 이수자가 행정과 정치의 언어를 직접 배워 정책 현장으로 넘어가는 사례는 흔치 않았던 만큼, 이 책이 다루는 이동 경로 자체가 눈여겨볼 지점이다.
책은 프롤로그와 본문 5장으로 짜였다. 1장 ‘사람이 희망이었다’와 2장 ‘도시의 성장을 함께 걷다’가 의정활동 초기의 현장 경험을 다루고, 3장 ‘문화를 심다, 도시를 바꾸다’와 4장 ‘도시는 함께 만들어집니다’는 문화정책과 시민 참여로 논의를 넓힌다. 마지막 5장 ’10년 뒤 하남에게’는 책 제목이기도 한 장으로, 다음 세대를 향한 제언으로 마무리된다. A5 판형의 전자책으로 제작돼 이동 중에도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으며, PDF 파일 형태로 온라인에서 서비스된다.
지역 문화정책이나 기초의회 활동 방식에 관심 있는 독자, 전통예술을 공부하며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특히 읽힐 만하다. 저자는 “산을 오를 때는 앞만 보느라 보이지 않았던 꽃들이, 내려오는 길에서야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고 적으며, 그 꽃을 시민과 공직자, 지역을 사랑하는 예술인과 교육자로 짚는다.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정책이 거쳐 간 사람들을 기록하려 한 태도가 책 전반에 흐른다. 수치나 사업명 대신 사람의 이름과 자리를 앞세우는 서술은, 정책 보고서와 회고록 사이 어디쯤에서 이 책이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에 확인할 대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통예술 이수자 출신 정치인이 문화교육정책을 실제로 어떻게 설계했는지 구체적 사례이고, 다른 하나는 12년의 의정활동을 마친 저자가 5장에서 제안하는 ‘다음 10년’의 내용이 앞으로 하남시 문화정책 논의에서 얼마나 되짚어지는가다. 저자 스스로 쉰한 살이 된 지금 “조금 천천히 걸어가려 한다”고 밝힌 만큼, 이 책이 현직 이후 행보의 출발점인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책 제목이 ’10년 뒤 하남에게’로 미래 시제인 것도 그래서다. 완결된 회고가 아니라, 다음 10년을 함께 그릴 사람들에게 건네는 편지로 스스로를 규정한 셈이다.
《10년 뒤 하남에게》는 저자 박진희, 출판사 WIA Book이 2026년 9월 23일 선보인 전자책(PDF)으로, 정가는 5,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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