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식 촬영감독, 세상을 기록하며 배운 겸손…“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

Photo of author

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양형식 촬영감독은 작은 렌즈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마음으로 시작한 촬영은 낯선 풍경을 담는 일에서 사람과 자연 앞에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그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세렝게티와 히말라야의 기억에는 카메라에 담긴 장면뿐 아니라, 그 장면을 마주한 촬영자의 변화도 담겨 있다.

 [코리안투데이] 출연자와 스태프의 안전을 먼저…양형식 감독이 지키는 촬영 원칙  © 김현수 기자

양 감독은 촬영 일을 이야기하며 《6시 내고향》을 언급했다. 일상의 현장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에서 세계 곳곳의 자연과 삶을 만나는 《세계테마기행》까지, 그가 전한 작업의 출발점은 아름다움과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앞서, 자신이 만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으로 남았다.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마주한 풍경은 자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양 감독은 드넓은 자연의 웅장함과 광활한 대지에 놀랐다고 회고했다. 사자와 수많은 코끼리, 하마 무리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꼈다는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현지 음식과 일상을 함께하며 쌓은 신뢰, 카메라 너머의 소통  © 김현수 기자

그 경험을 그는 자연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된 순간으로 설명했다. 화면 안에 풍경을 담고 있었지만, 그 풍경의 크기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세렝게티의 기억은 촬영의 성취와 함께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으로 남았다.

히말라야에서는 현지 포터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 감독의 회고에 따르면, 포터들은 샌들을 신고 무거운 짐을 운반하며 고산을 올랐다. 그는 약 60㎏의 짐을 메고 해발 4,000~5,000m 구간을 이동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현장을 살아온 사람들의 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코리안투데이] 《세계테마기행》으로 만난 콩고·세렝게티·아마존, 삶을 돌아보게 한 여정  © 김현수 기자

그때 마음에 새긴 말은 “진짜 고수는 저런 사람이다!”였다. 촬영을 위해 찾아간 자신과 달리, 현지인들은 그 환경에서 살아가며 몸으로 익힌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양 감독에게 고수란 눈에 띄는 이름이나 직함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감당해온 사람에 가까웠다.

세상에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깨달음은 반복된 만남 속에서 쌓였다. 양 감독은 수많은 고수를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겸손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포터의 이야기는 그 생각이 추상적인 다짐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코리안투데이] 세렝게티의 광활한 대지 앞에서 깨달은 인간의 작음과 자연의 위대함  © 김현수 기자

낯선 촬영지에서 가장 먼저 지키는 원칙은 분명하다. 양형식 촬영감독은 출연자와 스태프의 안전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풍경이 아름답고 기록할 장면이 많아도,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의 안전이 촬영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지인과 소통하는 방법 역시 생활 가까이에 있다. 그는 친근하게 어울리고, 현지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생활을 직접 경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촬영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같은 시간을 보내며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음식과 일상을 함께 경험하는 일은 낯선 관계의 거리를 줄이는 출발점이 된다.

 [코리안투데이] 히말라야 포터에게 배운 삶의 무게…현장에서 만난 진짜 고수들  © 김현수 기자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촬영했던 순간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꼽았다. 세렝게티의 대지와는 다른 자연의 모습이지만, 오래 마음에 남았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그의 답변에는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장면들이 촬영이 끝난 뒤에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 감독은 콩고와 세렝게티, 아마존에서의 《세계테마기행》 촬영 경험도 소개했다. 각 촬영의 구체적인 방송 편명과 시기는 이번 답변에 담기지 않았지만, 여러 지역을 오가며 쌓은 경험은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코리안투데이] 세상의 흔적을 담으려 시작한 촬영,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다  © 김현수 기자

“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양형식 촬영감독은 세계 곳곳을 촬영하면서 지구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삶을 잠시 다녀가는 소풍에 빗댄 그의 말에는, 많은 것을 보았다는 자부심보다 머무는 동안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작은 렌즈로 아름다움과 흔적을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은 지금도 그의 이야기 중심에 있다. 다만 그 렌즈 너머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은 촬영자에게도 흔적을 남겼다. 세렝게티에서는 자신의 작음을, 히말라야에서는 다른 이의 능력을, 낯선 마을에서는 함께 생활하며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양 감독이 전한 촬영의 기억은 그렇게 기록과 존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IA Code — 이 기사 링크
인쇄용 · WIA Code 스캐너로 비추면 인터넷 없이 발행 확인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