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10월 22일 금요일, 경성의 아침이다. 오늘 기사는 솔직히 먼저 밝혀 둔다. 이날 조간신문 지면은 이번 조사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날씨나 물가는 적지 않는다. 대신 이 무렵 경성을 둘러싼, 출처가 확인된 사실만 골라 이야기한다. 기사 유형은 큰 사건이 없는 날의 B타입이고, 금요일 주제는 ‘여성과 가정’이다.
2. 그날의 경성
3주 전인 10월 1일, 경복궁 안에 새로 지은 조선총독부 청사의 낙성식이 열렸다. 총독부가 ‘시정기념일’로 삼던 날에 맞춘 것이다. 공사는 1916년 6월에 시작해 십 년 가까이 이어졌고, 업무는 그해 1월 초 왜성대에서 옮겨 와 시작됐다. 청사가 들어서면서 광화문은 동쪽으로 옮겨졌고, 흥례문과 금천, 영제교는 헐렸다. 다만 완공 시점은 자료마다 1925년 12월, 1926년 1월로 엇갈린다.
같은 날 종로 단성사에서는 나운규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아리랑〉이 개봉했다. 소리 없는 흑백 영화였지만 관객에게 큰 충격을 준 작품이고, 한국 영화 최초의 대흥행으로 꼽힌다. 22일 당일 상영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3. 경성과 한반도그해 6월 10일에는 순종의 장례일에 맞춰 경성에서 학생들이 만세를 불렀다. 이 6·10 만세운동으로 2백 명가량이 붙잡혔다. 총독부는 그 뒤로도 불온 인쇄물과 신문을 눈여겨봤다. 고려대 자료에 따르면 경무국은 이듬해까지 상해·미주의 『혁명』, 『신한민보』 같은 신문 기사 내용을 모아 검사정에게 보고했다. 22일 당일의 간도·상해 소식은 찾지 못했다.
4. 그날의 세계중국에서는 국민혁명군의 북벌이 한창이었다. 이달 10일 우창이 함락돼 한 달 넘게 버티던 성안의 군대가 무너졌다. 같은 10일 미국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뉴욕 양키스를 4승 3패로 꺾고 월드시리즈에서 처음 우승했다. 한쪽에서는 전쟁이, 다른 쪽에서는 야구가 신문 머리를 채우던 가을이었다.
5. 경성 24시 – 금요일, 여성의 자리금요일엔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해 8월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이 관부연락선에서 바다에 몸을 던졌고, 동아일보는 8월 5일 이 소식을 전했다. 새 시대의 여성이라 불리던 사람이 서 있던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보여 주는 일이다. 22일 하루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된 기록이 없어 적지 않는다.
6. 100년의 거울항목
1926년
2026년경복궁 앞총독부 청사가 흥례문 자리에 들어섬총독부 청사는 1990년대 철거, 흥례문·광화문 복원영화 관람단성사의 소리 없는 〈아리랑〉
단성사는 영화역사관으로 재개관여성의 선택
‘신여성’은 낯선 눈길 속에 섰다직업·학업의 길이 넓어졌다같은 자리가 백 년 사이 권력의 상징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바뀌었다.
7. 내일을 기다리며내일은 토요일, 문화와 예술의 이야기로 찾아뵙는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출처: 국가기록원 주제별 총설(조선총독부 청사), 〈아리랑〉 개봉 관련 서울시 미디어허브·위키백과, 문화일보 시리즈(동아일보 1926.8.5), 위키백과(우창 함락·6·10 만세운동),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