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년간 R&D 200조원 첫 투자…’추격’서 ‘대체불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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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가 연구개발(R&D)에 역대 처음으로 20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기술에서 중국에 역전당하고 미래 기술에서 선도국과 격차가 벌어지는 ‘넛크래커’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최상위 투자 로드맵이다.

  [코리안투데이]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4대 전략 체계도 © 장형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는 8월 31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9회 심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26~’30)」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1일 시행된다.

이번 전략은 「과학기술기본법」 제7조의2에 근거해 5년마다 수립하는 것으로, 지난 6월 확정된 제6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정부 R&D 투자로 구현하는 실행 로드맵이다. 국가 미션과 성과목표, 연도별 마일스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담아 매년 수립하는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과 예산 배분·조정, 20개 중앙행정기관이 시행 중인 76개 중장기 계획의 지침이 된다.

정부가 전략 수립에 나선 배경은 뚜렷한 위기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수준은 2024년 기준 한국 91.2 대 중국 91.5로 뒤집혔고, 이차전지도 한국 98.8 대 중국 100으로 역전됐다. 첨단로봇·제조와 첨단바이오는 2년 새 후퇴했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이 성장동력을 잠식하면서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제1차 투자전략(’23~’27) 기간 선도국 대비 평균 기술수준은 80.1%에서 82.8%로 올랐고 국방과학기술 순위도 9위에서 8위로 상승했지만, 기술수준 90% 이상 전략기술은 3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등 실용화·인프라·인재의 한계도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년간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 대비 5% 수준으로 복원하고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해 낡은 틀을 걷어낸 만큼, 이제는 남은 4년의 골든타임에 재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략의 비전은 ‘과학기술 N·E·X·T 투자로 대체불가 대한민국 실현’이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으로, 10개 기술분야와 8개 정책분야를 아우르는 20개 분야를 4대 전략·8대 과제로 재편했다. 전략별 머리글자를 모은 것이 ‘N·E·X·T’다.

전략 N(Nexus)은 국가의 명운을 건 3대 메가프로젝트에 기술을 결집한다. 인공지능 모델·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에서 최고 역량을 확보하고, 차세대 HBM·화합물 반도체 등 극미세·적층형 소자와 로봇 5대 핵심부품 국산화를 추진한다. 전략 E(Enforce)는 첨단바이오·양자·우주항공을 앞세운 7대 SEED로 다음 20년을 준비하며, 첨단공급망·미래청정에너지·국방 역량을 강화한다. 전략 X(eXpand)는 출연연의 PBS를 폐지하고 2030년까지 인건비 전액을 출연금으로 지원하는 등 연구자에게 연구 시간을 돌려주고, 지역 자율형 R&D를 4.2%에서 15%로 확대해 생태계를 넓힌다. 전략 T(Trust)는 AI를 재난안전에 접목하고 돌봄·의료·문화·식품·주거 등 생활 속 기술복지를 확대해 200조원 투자가 국민의 삶으로 이어지게 한다.

전략이 시행되는 5년간 글로벌 AI 경쟁력은 5위에서 3위로, 반도체 소부장 자립화율은 30%에서 50%로,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1%에서 80%로 높아진다. 블록버스터 신약 3개, 국내 최초 민간 주도 달착륙, 세계 100대 연구기관 5개, K-유니콘 50개가 2030년의 이정표다. 정부는 붙임 자료 ‘5년 후 달라지는 모습’에 분야별 성과지표와 출처를 함께 공개해 국민 누구나 이행을 검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 전략은 만드는 방식부터 달랐다. 소수 전문가 중심에서 벗어나 총괄위원회 15인, 13개 분과위원회 216인, 국과심 전문위원회 166인이 참여하는 집단지성으로 설계했고, 최근 20년간 과학기술 논문 3,381만 건을 AI로 분석해 4,234개 연구주제를 재구성하고 657개 고성장 유망기술과 405개 핵심기술을 도출했다. AI는 분석의 보조 수단이며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의 최종 판단은 전문가가 주도했다. 지난 1월 착수 이후 네 차례 총괄위원회와 대국민·권역별 공청회(7.2, 7.23~24, 7.29), 관계부처 협의(8.7~8.13)를 거쳐 확정됐다.

확정된 전략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중기계획, 차년도 투자방향, 매년 R&D 예산 지출한도에 순차 반영된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매년 3월 15일까지 투자방향 및 기준을, 6월 30일까지 예산 배분·조정안을 마련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롤링플랜 방식으로 운영한다. 5년짜리 문서를 서랍에 넣어두지 않고 매년 예산과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겠다는 취지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 1년이 흔들렸던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4년은 그 위에서 ‘진짜 성장’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이라며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에 투자를 집중하면서도 기초연구와 젊은 연구자, 지역에 대한 안정적 투자를 함께 담은 만큼, 4년 뒤 달라진 대한민국을 숫자가 아니라 연구 현장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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