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적토라는 이름의 말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3 · Book 1 「별이 모이다」

원소가 연회 자리를 접고 떠난 다음 날, 동탁이 자기 군막 안에서 조용히 잔을 비웠다. 잔이 비워진 뒤에도 그는 잔을 내려놓지 아니하였다. 원소가 꺾이지 아니한 채 자리만 접고 갔다는 한 결을 잘 알고 있었고, 그보다 더 무서운 한 가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낙양의 서쪽에 또 한 사람의 무장(武將)이 올라와 있었다. 이름은 정원(丁原). 자는 건양(建陽). 병주(幷州) 자사(刺史). 그의 군대 안에 천하 제일의 용장이라 불리는 젊은 사내가 있었다. 그 젊은 사내의 이름은 여포(呂布). 자는 봉선(奉先). 오원(五原) 구원(九原) 사람. 정원의 의붓아들. 여포의 창이 한 번 움직이면, 동탁의 서량 이만 기병 가운데 반절이 세 호흡 안에 쓰러질 수 있다 하였다.
동탁이 측근 이숙(李肅)을 불렀다. 이숙이 손을 턱 아래에 가만히 대고 잠깐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어릴 적 오원 마을에서 여포와 같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던 장면이 오늘 저녁 그의 눈앞에 스쳤다. 그러나 그 장면의 끝에서, 이숙의 입가가 먼저 차갑게 움직였다.
"주공. 제가 알기로 여포는 저의 고향 사람이옵니다. 오원 구원에서 저와 같이 자란 사람이지요. 그의 용맹(勇猛)은 천하에 견줄 자가 없사옵니다. 다만 지모(智謀)가 깊지 아니하고, 이익 앞에서는 의(義)를 잠깐 잊는 사람이기도 하옵니다."
동탁의 눈이 오늘 처음으로 반짝였다.
"한 가지만 빌려 주시옵소서."
이숙의 목소리가 나직하였다. 다만 그 목소리의 끝이 동탁의 입가를 위쪽으로 당겨 올렸다.
"주공의 보마(寶馬), 적토(赤兎) 한 마리만 저에게 빌려 주시면, 여포의 마음을 이 이숙이 주공의 품 안쪽으로 돌려 드리겠사옵니다."
적토(赤兎). 그 이름은 오늘 저녁 군막 안의 공기를 무겁게 내려앉게 하였다. 털이 불꽃처럼 붉었고,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말이었다. 전장의 한가운데에서도 주인의 호흡 하나를 놓치지 아니하는 말이었다. 동탁이 이 적토를 자기 군막의 뒤쪽에 숨겨 두고, 아직 다른 누구의 손에도 건넨 일이 없었다.
동탁이 잔을 마저 비웠다. 이숙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토를 가져가라. 황금 천 냥과 주옥(珠玉) 열 상자도 같이 가져가라. 값의 이름이 이 적토의 붉은 털 안쪽에 같이 실려 가게 된다."

그 밤, 이숙이 적토를 이끌고 정원의 군막 쪽으로 걸어갔다. 군막 바깥쪽에서 이숙이 여포를 따로 불러냈다. 여포가 이숙의 얼굴을 알아보고 크게 웃었다. 오원 들판의 먼 동무의 얼굴이었다.
"이형(李兄). 한밤의 이 자리에 이 봉선을 찾아 주시는 뜻이 무엇이오."
이숙이 적토의 고삐를 여포의 손 쪽으로 가볍게 밀었다. 여포의 두 눈이 적토의 붉은 털 위에 멎었다. 말의 눈이 여포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한 마리의 말과 한 사람의 장수가 서로를 알아보는 자리였다.
"봉선. 이 말은 주공 동 장군이 봉선에게 보내신 선물이오. 황금 천 냥과 주옥 열 상자도 이 뒤에 와 있소. 주공의 뜻은 한 가지이오 — 봉선의 창 앞쪽에 동 장군의 이름이 놓이기를 바라는 뜻이옵니다."
여포의 손이 적토의 고삐를 가만히 쥐었다. 말의 붉은 털이 여포의 손 한가운데에서 작게 떨렸다. 의붓아비 정원의 얼굴이 여포의 두 눈 안쪽을 스쳐갔다. 그러나 그 얼굴의 한 결이 오늘 밤 적토의 눈빛 앞에서 얇아지고 있었다.
"이형. 이 봉선이 오늘 밤 안에 이 자리의 답을 드리겠소."
그 밤이 새벽에 닿기 전에, 병주의 군막 안쪽에서 칼의 소리가 짧게 울렸다. 정원의 목이 먼저 떨어졌다. 여포의 손이 그 목을 거두어, 아침에 동탁의 군막 앞으로 건너가 있었다. 동탁이 여포를 자기의 양자(養子)로 삼았다. 적토의 고삐가 여포의 허리에 묶였다.
Book 1의 열세 번째 새벽이 동탁의 군막 앞쪽에서 조용히 열렸다. 赤兎價(적토가, 적토의 값)의 세 글자가, 한 마리 붉은 말의 고삐 안쪽에 실린 이름의 값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2의 雙帝夜의 두 이름의 겹침이, 오늘 의붓아비의 목과 새 아비의 품의 두 갈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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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한 마리 말의 붉은 털 안쪽에, 한 사람 이름의 값이 같이 실려 가는 새벽이 있지요. 의붓아비의 얼굴의 한 결이 한 마리 말의 눈빛 앞쪽에서 얇아지는 자리이옵니다. 오늘 새벽 당신의 손자리에도, 한 마리 붉은 말의 고삐의 무게와 오래된 얼굴의 결이 저울에 오르는 갈림이 혹시 있으신지요. 그 얇아짐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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