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무서워하던 다섯 살 토리, 소리 요정 루루와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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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다섯 살 토리는 어느 날 엄마에게 반짝이는 보청기 ‘루루’를 선물 받는다. 낯선 기계를 귀에 넣는 일이 무섭던 아이가 조금씩 용기를 내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들리나요? 몽글몽글 소리여행』이 7월 10일 전자책으로 나온다. 보청기라는 의료기기를 소재로 삼되, 공포나 결핍이 아니라 발견과 성장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제목의 ‘몽글몽글’은 낯선 소리가 서서히 마음에 스며드는 감각을 아이의 언어로 옮긴 표현이다.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국내에서 아직 많지 않다. 대부분 정보 전달형 교육 자료에 머물거나, 성인 보호자의 시선에서 쓰인 안내서 형태가 많았다. 이 책은 반대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청기를 하나의 인격체 ‘루루’로 등장시켜 두려움의 대상을 친구로 바꾸는 서사 구조를 택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나 낯선 변화를 마주한 모든 독자에게도 적용되는 구도다. 해외에서도 보청기·인공와우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 최근 수년 사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공통점은 하나같이 ‘결핍’보다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들리나요? 몽글몽글 소리여행》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저자 지승주는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며 청각 재활 현장에서 일해 온 인물이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장이자 보건의료 전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 등을 펴냈다. 이번 책은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으로 이어져 온 ‘토리’ 그림책 계보의 신작이다. 그림은 JIAN이 맡아 토리와 루루의 표정을 부드러운 색감으로 살렸다. 저자는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위아 평생교육원 전문교수, 한국AI작가협회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며 AI 관련 저서도 다수 펴낸 바 있으나, 이번 작업은 20년 가까이 이어온 청각 재활 현장 경험을 어린이 독자의 언어로 옮긴 결과물에 가깝다. 종로구 상공회 회원으로 지역 사회와도 오래 접점을 유지해 온 이력이 책 속 놀이터와 동네 골목 풍경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목차는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연 뒤, 다섯 개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안녕,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해 ‘반짝반짝 루루가 왔어요!’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랑 같이 놀래?’를 거쳐 ‘내일은 더 예쁜 소리를 들을 거야’로 닫힌다. 두려움에서 동행으로, 동행에서 일상의 소리를 되찾는 순서로 감정선을 단계별로 쌓아올린 구성이다. 각 장면 끝에는 작가의 말과 판권지가 붙어, 아이와 함께 읽은 보호자가 책의 의도를 다시 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

미리보기 원고에는 “루루가 속삭였어요. ‘안녕, 토리야! 나랑 같이 소리를 찾으러 갈래?'”라는 장면이 나온다. 무서워하던 토리가 루루의 말 한마디에 발을 떼는 순간이다. 보청기를 처음 맞추는 아이와 그 곁을 지키는 부모, 유치원·어린이집 교사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점이기도 하다. 원고 발췌에는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더 따뜻해져요”라는 문장도 등장하는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한 줄로 요약한 대목이다.

“귀에 쏙 들어가면 어떡하죠?”라고 되묻는 토리의 대사는 실제 보청기 적응기에 아이들이 흔히 내놓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가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쌓은 경험이 대사 곳곳에 배어 있다. 놀이터와 숲을 오가며 나뭇잎 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후반부 장면은 청각 재활을 낯선 치료가 아니라 놀이의 연장으로 그린다. 등장인물소개 페이지를 따로 둔 것도 토리와 루루를 환자와 기기가 아니라 함께 모험하는 두 친구로 먼저 인식시키려는 장치로 읽힌다. 장애이해교육 자료로 이 책을 활용할 경우, 등장인물소개부터 짚어가며 아이들에게 루루의 정체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실용적인 대목이다.

이 책이 남기는 질문은 하나다. 아이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물하는 일은 결국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를 함께 건네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음 ‘토리’ 시리즈가 또 어떤 소리를, 어떤 장소에서 찾아 떠날지가 관전 포인트다. 『들리나요? 몽글몽글 소리여행』은 지승주·JIAN 지음,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WIA Book에서 서비스된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eulrinayo-monggeulmonggeul-soriyeohaeng-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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