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무서워하던 다섯 살 토리, 소리요정 루루와 세상을 다시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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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다섯 살 토리는 조용한 세상 속에 살았다. 엄마가 반짝이는 작은 상자를 내밀자 아이는 ‘차가운 기계 같아서 무섭다’며 고개를 젓고 숨어버렸다. WIA Book이 7월 9일 펴낸 그림책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는 그 두려움이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따라간다. 저자 지승주는 보청기를 기계가 아니라 ‘소리 요정 루루’로 부르며, 청각 보조기기 앞에서 위축되는 아이들에게 다른 언어를 건넨다. 부제 그대로 ‘보청기를 처음 만난 아이에게 전하는 용기와 사랑의 그림책’이다.

국내 그림책 시장에서 장애나 질환을 소재로 한 작품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보청기 적응 과정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는 많지 않다. 난청 아동과 보호자는 첫 착용 단계에서 거부감, 두려움, 소외감이라는 세 겹의 장벽을 함께 넘어야 한다. 해외에서도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은 대개 수어나 농문화 소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고, 보청기라는 기기 자체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서사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이 책은 그 장벽을 ‘요정’이라는 상상력으로 낮춘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청기를 낯선 기계가 아니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친구로 다시 세워두는 방식이다.

[코리안투데이] 신간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 표지 © 코리안투데이 편집국청각선별검사가 신생아 단계로 앞당겨지면서 보청기를 착용하는 아이의 나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보청기를 처음 만나는 아이가 늘었지만, 정작 그 과정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그림책은 드물었다.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는 그 빈틈에서 출발한다.

지승주는 병원이 아니라 보청기 상담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사람이다. 진료실 언어가 아니라 상담실에서 오간 대화가 이야기의 밑그림이 됐다. 의료 현장의 언어와 동화적 상상력을 함께 쥔 저자이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책은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아이에게 건넬 말의 한 예시를 보여준다. 엄마가 보청기를 ‘요정 루루’라고 부르는 장면이 그렇다. 아이가 두려움을 스스로 이름 붙이고 넘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읽는 어른도 언어를 얻는다.

저자 지승주는 2009년부터 스타키보청기 종로센터를 운영하며 청각 재활 현장을 지켜왔다. 위아 언론인협회장과 코리안투데이 종로·중구·송파지부장을 겸하고, 보건의료 전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이사, 한국AI작가협회 이사를 겸하며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에 재학 중이기도 하다. 앞서 <소리의 선물> <마법같은 순간들>과 <소리의 재발견> 시리즈(다시 듣는 세상·보청기 완전 정복·생애주기별 청각케어·함께 사는 세상)를 펴내며 청각 건강을 다뤄왔고,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성인이 아닌 아동 독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시도다. 주인공 ‘토리’ 시리즈로는 <토리와 요정 루루의 공항 소리 체험 모험!> <토리의 첫 유람선> <토리와 루루의 군산 시간여행>도 함께 나와 있다. 필명 TOTOJI로도 활동하며 아이의 시선에서 청각 이야기를 꾸준히 그려왔다.

이야기는 다섯 장으로 흘러간다. 1장 ‘조용한 세상은 무서워요’에서 토리는 보청기 앞에서 숨어버리고, 2장 ‘안녕? 마법 요정 루루!’에서 엄마의 설명을 듣고 처음으로 귀에 넣어본다. 엄마는 이렇게 속삭인다. “루루는 기계가 아니라, 네 귀에 살며 소리를 전해주는 요정이란다.” 3장 ‘세상의 소리가 노래해요’와 4장 ‘밖으로 나간 소리 박사 토리’는 찌개 끓는 소리, 시계 소리, 새소리로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그리고, 5장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는 그 여정의 끝에서 아이가 얻는 감각을 담는다. 본문 앞뒤로 작가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 작가의 말을 배치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짰다.

판형은 A5, 12개 장면으로 구성된 짧은 그림책이다. 보청기를 앞둔 유아·아동은 물론, 이미 착용 중인 아이의 자존감을 다지려는 보호자, 교실에서 장애 이해 교육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도 실용적인 교재가 될 만하다. 용기를 낸 토리가 루루를 귀에 넣자 처음 들려온 목소리는 이랬다. “쉿, 들리니? 보글보글, 엄마가 끓이는 맛있는 찌개 소리야.” 작고 사소했던 소리가 토리에게는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 신호였던 셈이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루루는 작고 반짝이는 모습으로 토리의 귀에 깃들어, 아이가 무서워하거나 힘들어할 때마다 옆에서 다독이는 존재로 그려진다.

다음으로 확인할 지점은 이 책이 청각 재활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가다. 저자가 운영하는 보청기 센터를 찾는 아동들에게 배포돼 초기 적응 교육 자료로 활용될지,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의 장애 이해 수업 교재로 쓰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토리 시리즈가 공항·유람선·군산에 이어 보청기라는 감각의 영역까지 넓힌 만큼, 다음 편이 어떤 소리와 공간을 무대로 삼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들리니? 마법의 소리 친구>는 7월 9일 WIA Book이 EPUB3·PDF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정가는 15,000원. 저자 지승주가 쓰고 그렸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deulrini-mabeopui-sori-chingu-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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