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난청 어린이가 보청기를 ‘소리요정’이라 부르며 혼자 힘으로 통장을 만드는 그림책이 나왔다. 지승주 작가의 《토리의 첫 초록통장》은 낯선 은행 창구 앞에서 흔들리는 아이의 마음을 판타지로 감싸 돈과 용기를 함께 가르친다.
국내 어린이 경제교육 콘텐츠는 대체로 저축의 개념을 숫자나 그래프로 설명하는 데 그친다. 해외에서도 아동 금융교육은 동전 세기나 저금통 놀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장애 이해를 다루는 그림책 역시 특정 상황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드물다. 이 책은 두 흐름을 겹쳐놓는다. 난청이라는 신체 조건을 결핍이 아니라 캐릭터로 바꾸고, 은행 방문이라는 일상 사건을 성장 서사로 확장한다. 돈을 배우는 순간과 자기 몸을 이해하는 순간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포갠 셈이다. 창구 번호표가 울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은행 로비는 어른에게는 익숙하지만 다섯 살 아이에게는 낯선 소음과 규칙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히 짚는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열고 다섯 개 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내 귀의 특별한 비밀 친구'(1~2장면)로 루루를 소개한 뒤, ‘문이 열리면, 딩동! 찌링!'(3~5장면)에서 은행 창구의 낯선 소리를 묘사하고, ‘루루의 응원과 용기 한 걸음'(6~7장면) ‘위풍당당 105번 창구의 기적'(8~10장면)을 거쳐 ‘초록 꿈을 품고 잠든 밤'(11~12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작가의 말과 판권지를 더해 전체 12개 장면으로 짜였다. 정가는 15,000원, EPUB3와 PDF 두 형식의 전자책으로 나온다.
대상은 은행이나 관공서처럼 낯선 기관 방문을 앞둔 유아와 초등 저학년, 그리고 아이의 첫 경험을 함께 준비하는 부모다. 청각장애나 보청기 착용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캐릭터 루루를 통해 아이 스스로 자기 몸을 설명하는 언어를 얻을 수 있다. 특정 장애를 소재로 하되 그 장애를 겪지 않는 아이도 함께 읽을 수 있게 쓴 점이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지켜온 방식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큰돈이 아니라 ‘내 이름의 통장’이라는 소유의 감각을 먼저 쥐여주는 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원고는 아빠 네오가 구릿빛 얼굴로 토리를 안아주며 “우리 토리, 오늘 엄마랑 은행에 간다지? 정말 멋지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엄마 엘라가 “토리야, 오늘 네 이름으로 된 예쁜 통장을 만들러 갈 거야. 준비됐니?”라고 묻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손을 잡고 동네 국민은행에 도착한 토리가 “우와, 정말 크다! 사람들이 아주 많아”라고 되뇌는 순간, 독자는 아이가 느끼는 크기의 낙차를 함께 체감하게 된다. “내 귀에는 특별한 비밀 친구가 살고 있지”라는 토리의 첫 대사는 난청을 감추지 않고 먼저 소개하는 이 책의 태도를 압축한다. 수채화 톤의 그림과 짧은 대사로 긴장과 안도를 번갈아 배치한 구성이다.
다음 권에서 루루와 토리가 어떤 낯선 장소를 또 통과할지가 이 시리즈를 따라온 독자들의 관전 포인트다. 《토리의 첫 초록통장》은 지승주·JIAN 저, 정가 15,000원, EPUB3·PDF 전자책으로 2026년 7월 12일 WIA Book에서 나왔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toriui-cheos-choroktongjang-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바로 열기 ·
⇓ PNG 다운로드
스마트폰의 WIA Code 스캐너로 이 화면을 약 37초 비추면 기사 전체가 폰에 저장됩니다 — 인터넷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WIA Code 스캐너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