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을 놓고 혼자 치과 의자에 앉는 순간, 다섯 살 토리의 귀에는 낯선 기계음 대신 소리요정 루루의 노래가 들린다. WIA Book이 7월 12일 펴낸 전자책 《토리의 이빨 소풍》은 난청 어린이가 보청기를 무서움을 이겨내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친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무서운 드릴 소리를 시냇물과 바람의 노래로 바꿔 듣는다는 설정 하나로, 병원 그림책 특유의 설명조 대신 감각의 전환을 이야기의 축으로 세운 점이 눈에 띈다.
병원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오래전부터 아동 심리 교육 현장에서 두려움을 낮추는 도구로 쓰여왔다. 다만 그 대부분은 진료 절차를 미리 설명하는 데 그치지, 두려움 자체를 감각적으로 다시 듣게 만드는 방식은 흔치 않다. 보조기기를 결핍의 표시가 아니라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흐름은 국내외 장애이해교육 콘텐츠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 책은 그 흐름 위에서 보청기라는 구체적 사물 하나를 이야기의 주인공 자리에 세웠다. 청각장애 어린이의 시선에서 병원 소리를 재구성한 그림책은 국내 출간물 중에서도 아직 드문 편이다.
책은 작가소개와 등장인물소개로 문을 열고 다섯 개 장으로 이어진다. 소리 요정과 함께하는 외출, 치과 병원의 신비로운 소리, 마법 망원경 속 무지개 풍선, 엄마의 응원과 씩씩한 성공, 다시 집으로 가는 행복한 발길 순으로 전개되며 작가의 말과 판권지로 마무리한다. 열두 개 장면에 걸쳐 진행되는 짧은 호흡은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유아 독자도 끝까지 따라가기 쉽게 짜여 있고, 수채화풍 일러스트가 각 장면의 색을 부드럽게 이어준다.
주 독자층은 병원 방문을 앞두고 있거나 보청기 적응기를 지나는 유아와 그 가정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낯선 진료 절차를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이 책은 설명 대신 함께 읽을 이야기 한 편을 건넨다. 청각장애 아동 가정뿐 아니라 치과 공포증을 겪는 또래 아이들에게도 접점이 넓은 구성이며, 형제자매나 친구가 함께 읽으며 보청기라는 사물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계기로도 쓰일 만하다.
미리보기에는 “토리의 귀에는 작은 소리도 커다랗고 예쁘게 들려주는 단짝 친구, 소리요정 루루가 함께 살고 있답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보청기를 친구로 부르는 이 책의 화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고에는 안경을 쓴 다정한 김 선생님을 만나 “이빨에 숨은 설탕 괴물을 찾는” 탐험 장면이 이어지고, 토리가 마법 망원경으로 무지개 풍선을 보는 장면이 두려움의 정점을 놀이로 바꿔놓는다. 엄마 엘라가 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은 이빨 건강 상태를 보러 소풍을 갈 거야”라고 말하는 도입부는 병원행을 소풍이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는 이 책의 태도를 압축해 보여준다.
다음으로 살펴볼 지점은 토리 시리즈가 공항, 유람선, 군산에 이어 치과까지 일상의 장소를 어떻게 다시 그려내는가다. 저자가 청각 관련 저작과 그림책을 나란히 이어온 이력을 감안하면, 후속작에서도 소리를 매개로 한 서사가 어떤 장소를 다음 무대로 삼을지 지켜볼 만하다. 《토리의 이빨 소풍》은 저자 지승주·JIAN이 함께 만들었으며 정가 15,000원, EPUB3·PDF 형식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도서 상세 페이지 https://wiabook.com/books/toriui-ippal-sopung-ko/ 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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