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취재에서 저는 서울의 한 세대공감 셰어하우스에서 정말숙(가명, 78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대학생과 한집에 살기 시작한 지 여덟 달째라는 할머니는 거실 소파에 앉아 손주뻘 학생의 노트북 화면을 곁눈질하며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요즘 뭐가 재밌니?” 그 한마디가 그날 인터뷰의 전부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만 궁금해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할머니는 처음엔 그 질문이 어색했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엔 손주한테도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부터 나왔거든요. 근데 그 말을 하면 대화가 딱 끊겨요. 대신 뭐가 재밌냐고 물으니까, 그 학생이 유튜브 채널을 보여주더라고요. 저도 구독을 눌렀죠.” 이 짧은 일화 속에는 제가 이 장을 쓰며 가장 오래 곱씹은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조언 대신 호기심으로 다가가면,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숫자는 이 갈등의 크기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2025년 한국리서치 세대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은 2020년 18%에서 2024년 37%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18~29세 청년의 91%가 60대 이상과 세대 차이를 느끼고, 70세 이상 어르신도 81~86%가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갈등의 축은 일자리였습니다. 청년층 취업자는 36개월 연속 줄고 60세 이상은 57개월 연속 늘었으며, 정년연장을 다루는 교수 210명 중 62.4%가 “청년 신규 채용 감소”를 최대 부작용으로 꼽았습니다. 고령자 고용이 한 명 늘 때 청년 고용은 평균 0.24명 줄었다는 KDI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같은 질문을 들고 저는 상하이 인근의 한 마을에서 리씨 할머니(가명, 74세)도 만났습니다. 아들 내외는 선전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손주는 화상통화 속에서만 봅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 3억 1천만 명 가운데 약 60%가 이렇게 자녀와 떨어져 사는 ‘공소(空巢) 노인’입니다. 한 자녀 정책이 남긴 4-2-1 가족구조 — 조부모 넷, 부모 둘, 자녀 하나 — 아래서 외동 한 명이 감당해야 할 돌봄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리씨 할머니는 담담히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이가 게으른 게 아니에요. 그냥 저희가 만든 세상이랑 그 아이가 사는 세상이 다른 거죠.” 한국의 갈등이 ‘일자리’라는 제로섬 구도에서 폭발한다면, 중국의 갈등은 ‘돌봄의 공백’과 ‘정서적 단절’ 속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었습니다.
두 할머니를 나란히 떠올리며 제가 얻은 통찰은 하나였습니다. 갈등은 세대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를 마주할 기회가 사라진 자리에서 자란다는 것입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두 세대가 비슷하게 피해를 본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직접 교류할수록 상대의 어려움에 공감하게 된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서울대 이재열 교수의 말이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서로를 모르는 것이다. 접촉이 늘면 갈등은 줄고, 분리가 깊어지면 혐오가 자란다.”
2024년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명,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도, 중국에서 ‘탕핑’과 ‘바이란’이라는 말로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기대를 내려놓는 것도, 결국 같은 인구구조의 압력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세대공감 셰어하우스로, 중국은 청년이 노인을 돌본 시간을 저축했다가 훗날 자신이 돌봄을 받는 ‘시간은행(时间银行)’ 제도로 — 전국 200여 개 도시가 이미 이 실험에 나섰습니다.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습니다. 갈라진 세대를 다시 이어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장을 쓰면서 오래 붙들고 있던 인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말숙 할머니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예전엔 늙으면 대접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보니, 대접이 아니라 이해를 받아야 하는 거더라고요.” 리씨 할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세대는 부모를 모시며 자랐는데, 이 아이들은 그렇게 자랄 여유가 없어요. 원망할 게 아니라, 그 여유를 어떻게 만들어줄지를 같이 고민해야죠.” 두 분의 말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도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통계로 옮겨보면 이 닮음은 더 선명해집니다. 한국은 2025년 기준 65세 이상 1인 가구가 전체 고령 가구의 36%를 넘었고, 중국은 독거노인이 1억 명을 돌파했다는 민정부 추산이 나왔습니다. 두 나라 모두 산업화 속도만큼 빠르게 대가족이 해체됐고, 그 자리를 국가와 지역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메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국이 노인일자리사업과 세대공감 주거 정책으로, 중국이 사구(社区) 단위의 거점 돌봄시설과 시간은행으로 각기 다른 해법을 실험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인구 압력에 대한 응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책의 언어는 달라도, 그 밑바닥에 흐르는 절박함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는 이런 돌봄의 빈자리를 채워줄 이웃이나 제도가 있으신가요.
저는 이 취재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요즘 젊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물어본 적이 있었나. 조언이 아니라 질문을, 훈수가 아니라 궁금함을 건넨 적이 있었나 하고요. 독자 여러분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곁에 있는 젊은 세대에게 “요즘 뭐가 재밌니” 한마디를 건네보시면 어떨까요. 거창한 화해가 아니라 그런 작은 물음 하나에서, 다리는 다시 놓이기 시작하는지도 모릅니다.
정말숙 할머니와 리씨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와 한중 세대갈등을 둘러싼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는 제 책 「실버 브릿지: 돈과 관계」 제13장에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도서 상세 페이지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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