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오늘] 1926년 9월 14일 – 로카르노 조약 발효되던 날, 경성은 여전히 예심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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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경기하남

오전판 · THE KOREAN TODAY

100년 전 오늘

🕙오전 10시 10분
10:10 – 시계가 미소 짓는 시간, 100년 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26년 9월 14일 화요일

1926년 9월 14일 화요일, 경성의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서늘했다. 늦여름 더위가 물러간 자리에 가을 냄새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날 지구 저편,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의 판이 새로 짜였다. 로카르노 조약이 정식으로 효력을 갖고, 독일이 국제연맹 이사국 자리에 들어섰다. 그 소식은 아직 경성 거리에 닿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은 오히려 가까운 곳, 경성지방법원 쪽으로 향해 있었다. 조선공산당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심문이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경성경성지방법원 검사국에는 이날도 낯익은 이름들이 오르내렸다. 지난해 11월 김재봉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붙잡혀간 뒤, 이른바 제1차 조선공산당 사건의 예심은 열 달째 제자리를 돌고 있었다. 하루 전 열린 심문을 두고 거리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오갔지만, 신문 지면에는 자세한 내용이 거의 실리지 못했다. 총독부 경무국의 검열이 여전히 촘촘했던 탓이다. 기사는 흔히 빈칸으로 끝났고, 독자들은 그 빈칸 너머를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구속된 이들의 가족은 면회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저 “아직도 재판이 안 열렸다더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골목을 지나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 그것이 이 시절 예심이라는 말의 실제 얼굴이었다.

경성과 한반도경성만의 일이 아니었다. 남쪽 끝 목포에서는 제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이 벌써 여덟 달을 넘기고 있었다. 임금을 올려 달라, 하루 열두 시간 일을 열 시간으로 줄여 달라는 요구는 반년이 지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장 쪽은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데려와 자리를 채웠고, 파업은 갈수록 험해져 갔다. 한편 경성 광화문 앞에서는 총독부의 새 청사가 완공을 17일 앞두고 마지막 손질에 들어가 있었다. 10월 1일 낙성식을 목표로, 화강석으로 두른 5층 건물이 마무리 공사로 분주했다. 조선의 심장부에 세워지는 이 거대한 건물과, 여덟 달째 끝나지 않는 목포의 파업은 같은 시절을 서로 다른 얼굴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의 세계세계는 이날 큰 매듭을 하나 지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카르노 조약의 비준서가 정식으로 교환되며, 조약은 이날부로 효력을 갖게 됐다. 며칠 앞서 슈트레제만 독일 외무장관이 국제연맹 이사국 자리에 앉은 데 이어, 유럽은 1차대전 뒤 처음으로 독일을 국제 질서 안으로 다시 불러들인 셈이었다. 반면 같은 시각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는 총성이 그치지 않았다. 완셴 인근에서 영국 선박이 군벌 부대에 붙잡혔던 사건 이후, 영국·미국·프랑스 군함이 강 위에서 여전히 대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에서는 화해의 조약이 발효되던 그 시각, 아시아의 큰 강 위에서는 포성이 오가고 있었다.

경성 24시이른 아침, 종로 거리에는 순사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잦았다. 화요일마다 열리는 즉결심판소에는 자잘한 위반으로 끌려온 이들이 줄을 섰다. 해가 낮으로 기울 무렵, 종로3가 단성사 앞에는 다음 달 개봉을 앞둔 나운규의 새 영화 간판이 걸리는 중이었다. 우미관에서도 저녁 상영을 알리는 벨소리가 골목까지 퍼졌다. 서점 앞에서는 학생들이 신간을 뒤적였고, 카페 한켠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법원 소식을 주고받는 이들이 있었다. 해거름이 되자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 등불이 하나둘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걱정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100년의 거울

100년이 지난 오늘, 법정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심이라는 이름으로 열 달을 가둬 두는 절차는 이제 없다. 구속에는 기한이 있고, 재판은 공개된다. 극장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단성사와 우미관이 있던 그 자리 부근엔 멀티플렉스가 들어섰고, 한 사람이 하루에도 여러 편을 골라 볼 수 있다.

항목 1926년 2026년형사 절차예심 최장 수개월~1년, 비공개구속기한 법정화, 재판 공개문화생활상설관 두어 곳, 필름 순환 상영멀티플렉스·OTT, 즉시 선택 관람내일을 기다리며내일 경성에는 또 다른 하루가 온다. 총독부 새 청사는 완공을 열엿새 앞두고 있고, 목포의 파업은 아홉 달째로 들어선다. 내일 아침 10시 10분, 다시 만나요.

🕙 THE KOREAN TODAY · 100년 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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