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9] 허도로 가는 길
4월 · 다 버린 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09 · Book 1 「별이 모이다」

역경(易京)에서 허도(許都)까지는 천 리 길이었다.
곽가의 관을 앞에 실은 행렬은, 보통의 행군보다 한 박자 늦은 걸음으로 남쪽을 향해 내려왔다. 순유(荀攸)가 매일 아침, 행군 전과 관 앞에서 두 번씩 무릎을 굽혔다. 하후돈(夏侯惇)은 애꾸눈을 감싼 헝겊을 평소보다 더 단단히 조였다. 장료(張遼)는 맨 뒤의 후군을 맡아, 하루 두 번씩 북쪽을 돌아보았다.
조조(曹操)는 관 뒤에서 한 걸음 떨어져 따라 내려왔다. 수하의 그 누구도, 조조 앞에 가까이 서지 못했다. 본인이 금한 것이 아니었다. 조조의 어깨 위에 얹힌 무거움이, 그 걸음을 자연스럽게 밀어 내고 있었다.
행군 다섯째 날 밤, 작은 역참(驛站)에서 조조가 서신을 받았다. 역참 바깥의 밤바람이 서늘했다. 지붕 위에서 참새 한 마리가 늦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조조는 촛불 하나만 켜 두고 서신을 읽었다.
북방의 변군(邊郡) 태수가 올린 전황 보고였다. 원소(袁紹)의 옛 장수 하나가 산곡에 숨어 있다가 이웃 마을을 약탈했다는 내용이었다. 불과 한 달 전이라면 조조는 그 자리에서 말을 세우고 장수 하나를 북으로 떼어 보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조조는 서신을 펼쳐 읽었다. 그러고는 순유에게 건넸다.
"공달(公達). 이 일은, 한 번만 더, 그 군(郡)의 태수 손에 맡겨 두게. 멀리서 다녀오지 말자."
순유가 두 손을 모아 받았다.
"봉효(奉孝)가 살아 있었다면, 오늘도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조조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이 다시 먼 북쪽을 바라보았다.

여섯째 날, 행렬은 황하(黃河)를 건넜다.
강의 북쪽 기슭에서, 조조는 말을 세우고 물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스무 해 전 이 강을 건너 스무 살의 젊은 몸이 낙양(洛陽)으로 들어갔던 일이, 오늘따라 다시 떠올랐다. 그때 곁에는 아직 곽가가 없었다. 순욱도 없었다. 조조의 이름도, 아직 천하의 이름이 아니었다.
강 건너 남쪽 기슭에서, 허도에서 나온 마중 대열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순욱(荀彧)의 깃발이 앞에 보였다. 그 뒤로, 조조의 장자 조비(曹丕)와 차자 조식(曹植)이 나란히 서 있었다.
조조는 강을 건넜다. 조비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조식이 뒤에서 한 박자 늦게 따라 꿇었다. 조조는 두 아들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는, 오늘, 봉효를 모시고 돌아왔다."
조비가 고개를 숙였다. 조식이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이, 아직 열여섯도 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 깊었다.
허도의 승상부에 닿은 것은 일곱째 날 저녁이었다.
조조는 곽가의 관을 승상부의 서쪽 뜰에 잠시 안치했다. 평소 곽가가 조조와 함께 지도를 펼치던 자리였다. 그 뜰의 배롱나무 한 그루 아래에, 오늘 저녁 관이 놓였다.
조조는 울지 않았다. 역경에서 부르던 "아이고, 봉효여"를 오늘은 부르지 않았다. 다만 한참을 배롱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붉은 꽃이었다.
"— 봉효. 이 꽃을, 봉효가 꼭 봐 주었으면 했네."
그 말을 남기고, 조조는 승상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밤 안쪽에서 조조는 오래 앉아 있었다.
곽가가 마지막으로 건네 준 두루마리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형주(荊州)·강동(江東)·서량(西涼)·유비, 네 자락의 글자가 오늘따라 더 크게 읽혔다. 조조는 그 네 자락 위에 각기 손을 얹었다.
맨 마지막에, 유비의 이름 위에 손을 가장 오래 얹었다.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가, 그 위에 붓으로 동그라미를 둘렀다. 동그라미 하나가, 오늘 밤 허도의 서쪽 등잔불 아래에 조용히 남았다.
그 이름은, 아직, 어디에서도, 큰 소리로 불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름의 주인은, 형주 신야(新野)의 작은 성(城) 안쪽에서, 오늘도 맏아들 유선(劉禪)의 손을 잡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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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천 리 길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우리는 때때로 맨 앞이 아니라 맨 뒤에서 걸어야 하는 구간을 만나게 되지요. 그 구간 안쪽에서, 평소라면 단번에 결단했을 일을, 한 번만 더 아껴 두는 결의가 생기옵니다. 오늘 조조가 변군의 약탈 보고를 밀어 둔 것은, 봉효가 그의 안쪽에 한 호흡 더 깊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 곁에도, 떠난 사람의 박자가 아직 잠시 깊이 살아 있는 구간이 있으신지요. 그 구간은 대개 길지 않습니다. 길지 않아서, 오히려 그 구간의 한 걸음이 가장 무겁습니다. 스스로를 알리지 않는 영예가 있지요. 절반의 속도로, 변명 없이 걷는 영예. 주변의 사람들은 한동안 그 까닭을 알아주지 않을 것이옵니다. 알아주지 않는 대로 두시옵소서. 길이 알아주고, 때가 되면 그들도 알게 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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