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투데이 지승주 기자]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가 종로에서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사람과 가게, 기술을 기록하는 지역 연재 「종로에서 30년」을 시작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약 30년째 구두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주 대표다.
정 대표는 장안동에서 구두수선 일을 시작해 세운상가를 거쳤으며, 현재 관철동 7-12 동일빌딩 앞 인도변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경력은 약 40년이다.
![]() [코리안투데이]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약 30년째 구두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주 대표가 작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장안동과 세운상가를 거쳐 약 40년 동안 구두수선 일을 이어왔다. © 지승주 기자 |
■ 관철동 한자리에서 약 30년
정 대표의 작업공간은 대형 매장도, 화려한 전문점도 아니다.
별도의 정식 상호 역시 없다.
주변에서는 자연스럽게 ‘관철동 구두수선점’으로 불린다.
종로구청의 허가를 받아 인도변에 자리한 작은 공간이지만, 정 대표는 이곳에서 약 30년 동안 수많은 신발을 손봐왔다.
장안동과 세운상가 시절까지 더하면 구두수선 일을 이어온 기간은 약 40년에 이른다.
종로의 건물과 상권이 바뀌고 사람들이 신는 신발의 종류도 크게 달라졌지만, 정 대표의 작업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다.
■ 신발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수선 방법
구두수선은 단순히 떨어진 부분을 다시 붙이는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발의 어느 부분이 먼저 닳았는지, 굽이 한쪽으로 기울었는지, 밑창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지, 일부만 보강해도 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가죽 상태와 밑창 재질, 마모 정도 역시 신발마다 다르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두 켤레라도 착용 습관과 사용기간에 따라 손상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작업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판단에는 오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정 대표가 40년 가까이 수많은 신발을 직접 다뤄온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 비브람 소재 활용…창갈이와 밑창 보강
정 대표가 수선 과정에서 많이 활용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가 비브람(Vibram)이다.
비브람 소재는 신발 밑창 보강이나 창갈이 등에 활용되며, 신발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전체 밑창을 교체하거나 일부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구두 굽과 밑창 수선, 창갈이와 보강 등을 비롯해 다양한 신발 수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는 수선전문, 명품수선, 맞춤수선, 전창갈이, 가방 지퍼, 구두 지퍼, 염색전문, 각종 구두, 발볼 관련 수선, 남녀 댄스화 등 여러 작업 내용이 안내돼 있다.
다만 실제 가능한 작업 범위는 신발의 재질과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장에서 직접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장안동에서 세운상가, 다시 관철동으로
정 대표의 구두수선 인생은 장안동에서 시작됐다.
이후 세운상가를 거쳐 종로 관철동에 자리 잡았다.
그가 관철동에 자리 잡은 뒤 약 30년 동안 주변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정장 구두가 일상적이던 시대에서 로퍼와 운동화, 워커, 기능성 신발 등 신발 종류가 다양해졌고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그러나 신발이 땅과 맞닿는 이상 굽과 밑창은 계속 닳는다.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죽 상태가 좋거나 발에 맞게 길들여진 신발이라면 굽과 밑창을 수선해 다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 작은 작업공간 안에 쌓인 40년의 기술
정 대표의 작업공간 안에는 각종 공구와 접착제, 밑창 소재, 연마 장비와 오랫동안 사용해온 작업도구들이 놓여 있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기계와 도구에는 긴 작업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구두의 굽을 맞추고, 밑창을 다듬고, 가죽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재료를 골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는 손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오래된 신발의 경우 어느 부분은 살리고 어느 부분은 바꿔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작업이다.
정 대표는 40년 동안 다양한 신발을 직접 만져오며 이러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 버리기 전에 다시 살펴보는 생활기술
수선은 물건을 새것으로 교체하기 전에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일이다.
굽이나 밑창만 교체하면 다시 신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 보강으로 사용기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오래 신어 발에 익숙한 구두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신발이라면 수선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커질 수 있다.
정 대표가 오랜 시간 이어온 구두수선 역시 이러한 생활기술 가운데 하나다.
■ 종로에 남아 있는 생활장인의 기록
정원주 대표의 작업실은 화려한 브랜드 매장도 아니다.
간판도 크지 않고 정식 상호도 별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업종에서 약 40년, 관철동 한 자리에서 약 30년을 이어왔다는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역 기록이다.
건물이 바뀌고 상권이 변하며 소비문화가 달라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의 낡은 신발을 다시 걸을 수 있게 손보고 있다.
서울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이러한 생활기술과 장인은 지역의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코리안투데이 종로지부는 앞으로 「종로에서 30년」 연재를 통해 종로에서 오랜 시간 한길을 걸어온 장인과 소상공인, 오래된 가게와 생활기술을 지속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관철동 구두수선점대표 정원주
서울 종로구 관철동 7-12 동일빌딩 앞
문의 010-7390-1389
전체 경력 약 40년
관철동 현 위치 약 30년
※ 신발의 재질과 손상 정도에 따라 작업 가능 여부와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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