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8] 거울이 먼저 돌아섰다
1월 · 별이 모이다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8 · Book 1 「별이 모이다」

조조와 진궁의 두 마리 말이 사흘을 동쪽으로 달렸다. 성고(成皋) 땅에 닿을 즈음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조조가 채찍을 들어 수풀의 깊은 쪽을 가리켰다. "이 근처에 여백사(呂伯奢)라는 분이 계시오. 아비의 결의 형제이시지. 저녁 식사를 한 끼 얻어먹고 하룻밤을 묵어 가는 것이 어떻소." 진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여백사의 집 앞에서 말에서 내렸다. 여백사가 뛰어나와 조조의 손을 잡았다. "조카야. 관에서 너를 찾는 문서가 사방에 뿌려졌다는 말을 들었다. 네 아비는 이미 진류로 피하셨다." 조조가 중모현의 일과 진궁의 얼굴을 간단히 말하였다. 여백사가 진궁 앞에 고개를 깊게 숙였다. "현령께서 아니 계셨다면 조씨(曹氏)의 집안이 오늘 밤 멸문할 뻔하였습니다. 누추하오나 초당(草堂)에서 편히 쉬어 가시옵소서. 제가 서쪽 마을로 가서 술 한 병을 얻어 오겠습니다."
여백사가 나귀를 타고 서둘러 집을 나갔다. 두 사람이 마루에 올라앉아 숨을 골랐다. 그 순간이었다. 집 뒤쪽에서 짧고 낮은 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조의 목덜미가 경직되었다. 진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백사는 내 아비의 친아우가 아니오. 칼 가는 소리 한 자락이 오늘 낮의 길을 의심스럽게 하오. 뒤로 가서 엿들어 봅시다."
두 사람이 발소리를 죽이고 초당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벽 너머에서 한 사람이 낮게 말을 흘렸다. "묶어서 죽이는 것이 어떻소." 조조의 얼굴이 검게 굳었다. 오른손이 허리의 칼자루 쪽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이것이오. 먼저 손을 쓰지 아니하면 우리가 잡힌다." 조조가 칼을 뽑았고, 진궁도 어쩔 수 없이 칼을 뽑았다. 두 사람이 초당 안으로 뛰어들었다. 묻지도 아니하고 칼을 휘둘렀다. 연달아 여덟의 식구가 쓰러졌다.
부엌에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이 한 마리의 돼지가 기둥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오늘 저녁 조카와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 묶여 있던 한 마리의 돼지였다. 칼 가는 소리의 주인은 동 태사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여백사 집안의 하인이 그 돼지의 목을 따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진궁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굳었다. "맹덕. 그대의 의심이 너무 많았소. 무고한 사람들을 잘못 죽이고 말았소이다." 조조가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칼을 닦지 아니한 채 진궁의 옆을 지나 말을 끌고 집 바깥으로 나갔다.

집 바깥에서 두 사람이, 나귀를 타고 한 손에 술 두 병, 다른 손에 과일과 채소를 담은 바구니를 든 채 돌아오는 여백사와 마주쳤다. 여백사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조카. 왜 벌써 떠나려 하느냐. 집 사람들에게 돼지를 잡아 대접하라 일러 두었는데." 조조가 말 위에서 예를 표하였다. "죄를 진 사람은 오래 머물지 못하옵니다. 먼저 길을 떠나겠사옵니다."
말을 한 걸음 앞으로 몰았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말 위에서 몸을 돌렸다. 오른손에 다시 칼이 들려 있었다. 칼이 여백사의 어깨 위로 크게 내려왔다. 여백사가 나귀 아래로 조용히 넘어졌다. 술 두 병이 먼지 위에서 한꺼번에 깨졌다.
진궁이 크게 놀랐다. "맹덕. 아까는 실수였다 치더라도, 이번에는 알면서 죽인 것이오. 이것은 크게 불의(不義)한 일이오."
조조의 얼굴이 지는 해 아래에서 더 검게 굳었다. "여백사가 집에 돌아가 자기 가족 여덟이 죽은 것을 보면 어찌 가만히 있겠소. 무리를 이끌고 우리를 쫓아오면 우리는 반드시 잡히오. 차라리 — 내가 천하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寧敎我負天下人), 천하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아니하겠소(休敎天下人負我)."
진궁이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아니하였다. 입술이 떨렸으나, 어떤 말도 나오지 아니하였다.
그 밤, 두 사람이 객점(客店)을 찾아 들었다. 조조가 먼저 잠이 들었다. 진궁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품에서 한 자루의 칼을 꺼내어 잠든 조조의 목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칼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스스로에게 낮게 속삭였다. "나는 나라를 위해 이 사람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의(義)가 아니다. 다만 이 사람과 같이 가는 일은 이제 내 길이 아니다."
그 밤이 채 밝기 전에, 진궁이 말 한 필에 올라 조용히 객점을 떠났다. 길의 방향은 동군(東郡) 쪽이었다. 진궁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 객점의 바깥뜰에 한 자루의 칼이 닦이지 아니한 채 조조의 말 안장 옆에 걸려 있었다. 그 칼 위에 어제 저녁에 묻은 피 한 줄이 오늘 새벽의 찬 공기 아래에서 검은 줄로 굳어 있었다.
Book 1의 열여덟 번째 새벽이 객점의 바깥뜰에서 조용히 열렸다. 鏡先反(경선반, 거울이 먼저 돌아선 자리)의 세 글자가, 옆자리 사람의 침묵이 한 사람의 결단보다 먼저 돌아선 자세의 씨로 심어지고 있었다. Day 17의 獄中識의 알아봄이, 오늘 새벽의 돌아섬으로 옮겨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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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아주 빠른 결단 하나가 그 결단의 정당함보다 먼저 한 사람의 이름을 크게 바꾸어 놓는 저녁이 있지요. 그 결단이 옳았는지 그렇지 아니한지 그 자리에서는 대개 알 수 없되, 그 결단 다음에 옆자리 사람의 침묵이 오래 따라오기도 하는 새벽이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 안쪽에도, 빠른 결단 하나를 앞에 두신 자리가 혹시 있으신지요. 결단 그 자체만큼이나, 결단 다음에 옆자리 사람의 침묵의 결을 한 번 더 조용히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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