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하던 토끼 한 마리가, 거센 폭풍우 속에서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다. 김인숙 작가의 그림책 ‘꿈이의 용기’가 7월 7일 전자책으로 독자를 만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두려움을 품고 살던 아이가, 멀리서 들려오는 “도와줘!”라는 외침 앞에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용기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은 사건보다 감정의 흐름으로 풀어낸다.
그림책 시장에서 ‘용기’와 ‘자존감’은 오래된 소재지만, 다루는 방식은 계속 갱신돼왔다. 최근 국내외 유아 그림책은 완벽한 영웅 서사보다 실패와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캐릭터를 앞세우는 흐름이다. ‘꿈이의 용기’ 역시 강한 주인공이 아니라 나무 뒤에 숨는 존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혼자 힘으로 용기를 짜내는 대신 주변의 도움과 응원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취한 점도 눈에 띈다. 결핍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인물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유아 교육 현장에서 최근 강조되는 정서 조절 교육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극복이 아니라 도움을 청할 줄 아는 태도를 먼저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래 그림책과는 결이 다르다.
책은 ‘저자소개’, ‘꿈이의 용기’, ‘작가의 말’ 세 부분으로 짜여 있다. 본편은 숲속에 사는 꼬마 동물 꿈이가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지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원고 속 한 대목은 이렇게 적는다. “깊고 조용한 숲속, 꼬마 동물 꿈이는 오늘도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친구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요.” 거센 폭풍우가 숲을 덮치고, 멀리서 아기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서 꿈이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움츠렸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용기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창작 의도를 밝힌다. 사건의 전개보다 꿈이의 표정과 망설임을 따라가는 서술 방식이 이 책의 결을 만든다.
대상 독자는 두려움 앞에서 몸을 움츠린 경험이 있는 유아·초등 저학년과, 그 곁에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싶은 보호자·교사다. 그림책 특유의 일러스트레이션이 텍스트와 나란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성이라, 글을 혼자 읽기 시작한 아이는 물론 부모가 소리 내 읽어주는 상황에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네 아이를 키운 저자의 시선이 담긴 만큼, 특정 상황을 겨냥한 훈계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그림동화 수업을 진행해온 저자의 경험이, 대사와 장면 전환의 리듬에도 반영돼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은 뒤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묻고 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관건은 ‘용기’라는 익숙한 주제를 이 그림책이 얼마나 다른 결로 풀어내느냐다. 거센 폭풍우 속 아기 새의 외침이라는 외부 사건이 꿈이의 내면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변화가 숲속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꿔놓는지가 이야기의 축이다. 저자가 앞서 펴낸 ‘말의 물결’, ‘초록숲의 작은 이끼’, ‘꼬꼬의 행진곡’과 이번 작품이 어떤 결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AI 활용 그림동화 수업 경험이 이후 저자의 창작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꿈이의 용기’는 정가 10,000원, PDF 전자책 형식으로 WIA Book이 2026년 7월 7일 출간했다. 도서 상세 페이지(https://wiabook.com/books/kkumiui-yonggi-k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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